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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삼성전자가 K리그 손뗀 이유?

등록 2014-03-26 19:03수정 2014-03-26 20:19

[편집국에서]
지난주 제일기획의 프로축구 수원 삼성 인수 발표가 관심을 끌었다. 삼성전자가 1995년 창단해 명문클럽으로 발전시킨 구단이 삼성 계열 굴지의 광고회사로 넘어간 것이다. 같은 삼성 계열 기업이라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도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모종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일기획은 “K리그 흥행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새 프로축구단 모델을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수원 삼성의 실질적 구단주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실 프로야구에 더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를 보러 직접 경기장을 찾은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이 부회장은 최근 몇년 사이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장을 맡아달라는 요구도 거절한 것으로 축구계에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중반 K리그 타이틀스폰서로 나서 연간 40억원 안팎을 지원했는데 이것마저도 손을 떼버린 지 오래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 정규리그 3연패를 달성하는 등 잘나가는데, 프로축구 수원 삼성은 최근 몇년 사이 리그 4~5위권을 맴돌고 있다. 연간 250억~300억원가량의 돈을 쓰고도 성적은 안 나니 명문구단 이미지도 퇴색해버린 상황이다.

사실 올해 들어 수원 삼성 등 K리그 구단들이 처한 현실은 더욱 엄혹해졌다. 1~2부 리그 승강제 실시로 22개 팀이 운영되지만 대부분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FC서울(GS 후원) 등 이른바 ‘기업형 구단’들은 모기업 지원으로 버티지만, 시도민 구단들은 사정이 너무 안 좋다. 올해 시민구단 성남FC를 이끌게 된 신문선 대표이사의 말은 그런 현실을 보여준다.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축구단에 왔는데 십자가를 메고 가는 심정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돈 부족이다. 성남시로부터 1년 구단 운영자금으로 70억원을 받았는데 지난 3개월 동안 벌써 35억원이 들어갔다. 자금 확보가 급선무다.”

실제 시도민 구단들은 연간 100억원 남짓한 예산으로 힘겹게 운영하고 있다. 200억~300억원을 쓰는 기업형 구단과는 비교도 안 된다. 신 대표는 “지난해 성남 일화(성남FC 전신)가 220억원을 썼는데 벌어들인 돈은 2억원이고 평균 관중도 1300여명에 불과했다. 이래 가지고 누가 축구단을 운영하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평균 관중은 7656명(총 203만6413명). 1만1182명(총 644만1945명)인 프로야구보다 현격히 떨어진다. 관중이 없는 프로축구는 무의미하다. 프로축구연맹은 리그 활성화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축구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데얀, 하대성 등 K리그를 빛내던 스타들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3~4배 연봉을 주는 중국 슈퍼리그로 이적 러시를 이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K리그는 스타 기근, 경기력 저하 등 악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김경무 스포츠부 선임기자
김경무 스포츠부 선임기자
구단들은 구단들대로 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거리 홍보에 나서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걸출한 스타를 길러내는 유스시스템을 완벽하게 정착시키든지, 외국에서 특급 스타를 영입하든지 해야 한다. 명품 경기력 없이 팬을 끌어모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구단들은 최근 예산을 동결하거나 줄이면서 적자 탈피를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상황이다. 이래선 프로축구가 답보상태를 면할 수 없다. 결국 기업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지원에 적극 나서줘야 한국 축구의 근간인 프로축구도 살아날 수 있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의 K리그 탈출이 아쉬운 이유다.

김경무 스포츠부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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