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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호의 궁지] 최고의 교육방법은 회의다

등록 2014-02-24 18:53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이 세상에서 제일 안 되는 게 사람과 세포 가르치는 일이에요.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하지, 배운 대로 절대 안 해요.” ‘한국 시험관아기의 아버지’로 불리는 문신용 전 서울대 산부인과 교수는 지난해 은퇴를 앞두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을 읽으며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떠올렸다. 많은 기업들이 사내외 강사를 초빙해 직원을 교육한다. 대표적인 형태가 강의다. 물론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 이런 강의가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리더십이나 소통처럼 단순한 지식이 아닌 태도의 변화를 교육할 수 있을까? 과연 교육은 어디까지 가능하며, 가장 좋은 교육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변화란 절대 강의에 의해 억지로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문화나 태도의 변화란 강제적으로 일어나기 힘들다. 일방향적인 강의란 사람들에게 몇 가지 새로운 개념이나 용어, 지식을 알려줄 수 있을 뿐이다. 강의를 듣고 나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면 여전히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둘째, 태도의 변화란 어떤 경우에 일어날 수 있을까? 변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변화하고 싶은 만큼만 변화할 수 있다. 좋은 교육은 이런 사람들에게 변화의 방향과 도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따라서 리더십이나 소통 등의 교육을 강제로 듣게 하는 것은 그리 큰 효과가 없다.

셋째, 최고의 기업 교육은 과연 무엇일까? 강당에 모여 다른 사람 뒤통수 너머 강연자의 말을 듣는 것으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라이언 가드너는 교육학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서 기억에 남는 정보는 물론, 실전 상황에 지식을 적응하는 정도, 생각이나 문제해결 능력 등에 강의보다 토론이 더 바람직한 교육방법이라고 적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강연보다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실제 상황을 놓고 토론하고 새로운 방법을 적용해보는 워크숍이 더 효과적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전세계 고수들이 진행하는 다양한 워크숍 방법론을 살펴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잘 짜인 워크숍이란 잘 진행되는 회의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의미있는 워크숍과 회의 모두 진행자보다 참여자가 중심이 된다. 진행자는 철저한 준비에 근거하여 좋은 질문을 기술적으로 던지는 정도에 그치며, 거의 모든 이야기는 참여자들이 이끌어 간다. <침묵으로 가르치기>라는 책을 쓴 도널드 핀켈에 따르면, 강연자가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참여자들이 더 많이 말을 할 때 그 교육은 비로소 효과가 있다고 한다.

최고의 기업 교육은 따로 시간을 만들어서 진행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좋은 회의라 할 수 있다. 직장인의 일정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각종 회의다. 회의를 통해 평소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다른 의견과 정보를 공유하고, 경력자의 지혜와 초급 사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 전자메일로도 알려줄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회의나 윗사람의 일방적인 지시사항을 메모하는 회의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가 최선의 교육이 되려면 그 회의를 주재하는 리더의 진행 방식부터 혁신할 필요가 있다. 과연 기업이나 정부의 리더는 회의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참여자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골고루 끌어내야 하는지, 서로 다른 의견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어떻게 실행으로 이끌지 얼마나 고민해보았으며, 훈련이 되어 있을까? 오늘도 윗사람이나 자신의 의견을 마치 강의하듯이 전달하고 “다른 의견 없나?”라는 의례적인 말을 던지는 것으로 끝내고 있지는 않은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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