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에서 텃세는 보편적이다. 먹이와 번식 등 생존에 필수적인 공간을 확보하고 지켜내기 위한 본능이다. 영역 가장자리에 오줌 같은 분비물로 텃세권을 표시한다. 아프리카와 북미에서 군집 생활을 하는 영양은 번식기에 텃세 행동이 두드러진다. 수컷들은 암컷들이 영역을 자유로이 다니게 두지만 다른 수컷이 침범하면 뿔을 이용해 격렬하게 싸운다.
인류도 오랜 수렵과 채취 생활을 거치며 형성된 텃세 본능이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안방 이점으로 불린다. 응원 효과, 여행 피로, 시차, 경기환경 친숙도, 심판 성향에서 원정팀은 불리하다. 인간행동학의 권위자인 데즈먼드 모리스가 1981년 펴낸 <축구하는 종족>(The Soccer Tribe)에서 안방 효과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이후 관련 연구가 늘어났다. 과학자들은 텃세 본능을 규명하기 위해 안방과 원정을 오가며 치러지는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들의 공격성을 측정했다. 영국 스포츠심리학자들이 축구시합에서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침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적지보다 안방에서 싸울 때 선수들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환에서 분비되는 대표적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공격 성향을 나타낸다. 인간은 남의 영역을 공격할 때보다 제 터를 지킬 때 더 공격적이 되는 본능이 있다는 함의다.
공정한 규칙이 핵심인 스포츠 경기에서 텃세 효과를 줄이려는 시도도 다각적이다. 장소를 홈과 원정, 중립지로 다양화하고 심판은 제3국 출신이 맡는다. 체조, 다이빙, 피겨스케이팅처럼 판정에 의존하는 종목에선 평가 중 최저값과 최고값을 배제한다.
각각 4위를 기록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는 텃세 효과 사례로도 거론된다. 소치 겨울올림픽은 우리 사회의 텃세 문화의 해악을 다시 보게 만든다. 혼신을 다하려는 젊은이들의 꿈과 노력이 텃세로 가로막히는 경우가 비단 안현수와 김연아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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