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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안철수의 미래 / 김종철

등록 2014-01-22 21:22수정 2014-01-22 23:00

김종철 정치부 기자
김종철 정치부 기자
사실 그에게는 ‘이회창 모델’도 선택지 중 하나였다. 이회창은 대쪽 판사 출신에 국무총리 시절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맞짱을 뜬 대가로 하루아침에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여야 모두의 러브콜을 받은 그는 신한국당을 택했다. 신한국당의 15대 총선(1996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 후보를 거머쥐었다. 정당 바깥의 새 인물이 단시간에 기성 정당의 중심인물이 된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대선 도전에 실패했던 안철수 의원도 민주당의 지방선거대책위원장으로 복귀하는 방법도 있었다. 이회창처럼 민주당을 쉽게 장악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대중적 인기 등으로 미뤄볼 때 유력한 대선주자 가운데 한명으로는 확실할 것이다. 실력과 운이 따르면 두 차례 집권 경험이 있는 정통 야당을 고스란히 인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 의원은 ‘이회창 모델’ 대신 자신의 당을 만들어 대선에 도전하는 ‘김대중 모델’과 ‘문국현 모델’을 택했다.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해 은퇴했던 김대중은 1995년 7월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 정계에 복귀했다. 새정치국민회의는 단숨에 제1야당이 됐으며, 1997년 대선에서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루는 바탕이 됐다.

안 의원처럼 성공한 시이오(CEO) 출신인 문국현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부상했다. 그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영입 제안을 거부하고 창조한국당을 만들어 대선에 도전했으나 실패하고, 2008년 18대 총선에도 독자 깃발을 들었다. 하지만 지역구 1석과 비례대표 2석을 얻는 데 그친 뒤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009년 유죄 판결을 받고는 정계를 떠났다.

새정치 구현과 ‘백년 갈 정당’이라는 정치적 수사를 빼면 안철수 신당은 결국 안 의원이 2017년 대통령선거에 다시 나가기 위한 정치적 발판이다. 인기 없는 민주당에 몸담은 뒤 이를 고치고 바꿔서 사용하는 것보다는 신당을 만들어 세를 키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앞으로 목격해야 할 일은 야권 내부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다. 안 의원 처지에서는 2017년 대선에서 야권의 대표주자가 되려면 현재 제1야당인 민주당을 찌그러뜨리거나 없애야 한다. 안철수 신당의 과제는 일차적으로 민주당과의 전쟁이 될 수밖에 없다. 안철수 신당은 서울을 포함한 17개 광역단체장 후보를 모두 낼 뿐만 아니라 야권연대는 없다고 벌써부터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호남을 다지고 계파 단합을 모색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차 승부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민주당이 왕창 깨지면 안철수 신당으로 움직이는 현역 의원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선전하거나 지역기반인 호남에서 반타작 정도 하면 신당으로의 급격한 이동은 없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안철수 신당의 미래가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처럼 단기간에 성공(?)할 것 같지는 않다. 안 의원은 김대중의 탄탄한 지역기반이 없는데다 리더십도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국현 모델처럼 되지도 않을 것이다. 안 의원에 대한 여전한 대중 지지도를 고려할 때 신당의 선거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더라도 민주당과 야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현상 유지는 가능할 것이다. 결국 2016년 총선 때까지 승부가 안 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러한 힘싸움이 길어지는 동안 야권 기반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붕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에서 지고는 2017년 대선에서는 안철수도 민주당도 없기 때문이다.

김종철 정치부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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