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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억지와 반성 사이 / 김지석

등록 2014-01-20 19:06수정 2014-01-21 08:48

미국 <뉴욕 타임스>가 지난 13일 ‘정치인과 교과서’라는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함께 비판하자, 정부는 즉각 “잘못된 사실 관계에 근거했다”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교육부의 주장은 세 가지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가 반영된 교과서를 재집필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박 대통령이 일본 식민지배와 독재정권에 대한 기술에 부정적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전문직 종사자들과 고위공무원들이 일제 식민당국과 협력한 가문 출신이라는 주장도 잘못됐다”는 게 그것이다.

이 가운데 셋째 대목은 뉴욕타임스의 기술에 문제가 있다. 박 대통령을 포함해 일제와 협력한 집안 출신이 지금도 엘리트층에 많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검증돼 있지 않다. 적어도 ‘대다수’는 ‘일부’나 ‘상당수’로 바뀌어야 타당하다. 첫째와 둘째 대목은 이 신문의 표현에 별 무리가 없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난해 박 대통령이 역사전쟁을 도발한 이후 교과서 문제가 크게 불거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을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를 반영해 교과서를 재집필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둘째 부분과 관련해 교육부는 “박 대통령은 식민지배와 독재정권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가르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고 말한다. 친일·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교과서를 적극 옹호해온 정부 행태를 ‘객관적’이라고 한 셈이다. 이는 또 다른 왜곡이다.

정부 반박은 해명이라기보다 억지에 가깝다.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가해국인 일본과 피해국인 우리나라의 정상을 같은 차원에 놓고 비판한 것은 기분 나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권력자나 특정 정치세력의 뜻에 맞춰 교과서 내용에 개입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뉴욕타임스 사설은 정부가 밀어붙이는 역사전쟁이 나라 밖에 어떻게 비치는지 잘 보여준다. 억지보다 반성이 필요한 때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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