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에 태어난 사람들이 계층 간의 간극을 극복하지 못하고 평생 가난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을 경제학에서는 ‘빈곤의 덫’(poverty trap)이란 용어로 표현한다. 계층 간 간극은 단순히 소득 통계만이 아니라 건강, 교육, 범죄 등 모든 지표로 나타난다. 계층 간의 빈익빈 부익부, 즉 양극화 현상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에서도 소득 불평등 문제는 큰 이슈다. 최근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소득 불평등 해소를 집권 2기의 화두로 제시하기까지 했다. 오바마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저임금 인상과 장기 실업수당 연장,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등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지난 30년간 미국에서 하위 90%의 임금은 15%가량 인상되는 데 그쳤지만 상위 1%의 임금은 150%, 상위 0.1%의 임금은 300% 넘게 인상됐다. 기회의 나라라는 미국에서 계층 간 이동은 매우 힘들다. 하위 20%의 자녀가 성장한 뒤 다시 하위 20%에 머물 확률의 경우 덴마크는 25%, 영국은 30%인 데 반해 미국은 42%에 달한다.(조지프 스티글리츠, <불평등의 대가>)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를 보면, 빈곤 탈출률이 2005~2006년 31.71%에서 2011~2012년 23.45%로 8%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빈곤 탈출률은 특정 기간 저소득층 가구가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이동한 비율을 말한다. 즉, 2005년에는 저소득층 가구 셋 중 하나가 중산·고소득층에 편입됐지만 2011년엔 넷 중 하나 정도만 빈곤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불평등의 대부분이 상위 계층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런 불평등 양상은 미국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불평등 양상 역시 스티글리츠의 진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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