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록 한국습지NGO네트워크(KWNN) 운영위원장
올해 10월 강원도 평창에서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COP12)가 열린다. 기후변화협약과 함께 가장 중요한 환경 관련 국제회의로 자연스레 개최국은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정부는 이 회의를 계기로 개최국으로서 세계의 모범이 되고 생물다양성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국가의 경제적 위상이나 일반 국민의 높아진 환경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세계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 각종 환경 분야의 위상을 고려할 때 이런 의사를 밝힌 것은 환영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 일각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을 보면 과연 우리 정부가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총회 역시 이전 국내에서 개최된 여러 환경 관련 국제회의와 마찬가지로 말만 번지르르한 과거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매우 우려된다.
지난 12월17일치 <한겨레> 10면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전략환경영향평가에 포함하자는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어 발의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제동이 걸려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수자원장기종합계획 등 국토·에너지와 관련된 핵심 정책계획과 개발기본계획에까지 환경성 평가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국토·환경계획 연동제는 현재 정부가 수립하고 있는 제3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그러나 정부가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해 최소한으로 마련한 핵심 전략 하나가 시작부터 제동이 걸린 것이다.
현재 정부가 마련 중인 제3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안은 2010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개최된 제10차 당사국총회에서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담보하기 위해 결정한 20가지 전략 목표(아이치 목표)를 반영하여야 한다. 아이치 목표는 5개의 전략 목표와 20개의 목표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부와 사회계획 전반에 걸쳐 생물다양성을 반영하라는 생물다양성의 주류화(전략 목표 A)와 보호구역을 2020년까지 최소한 육상 17%, 연안과 해양 10%까지 확대할 것(목표 11), 2020년까지 훼손된 생태계의 최소 15%를 복원하고 보호할 것(목표 15) 등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목표로 하는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다.
12월11일 정부가 공청회를 통해 공개한 제3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안 역시 이에 맞추어 생물다양성의 주류화를 위한 국토·환경계획연동제, 아이치 목표에 맞춘 보호구역의 확대, 하천 생태계와 수변 훼손지의 복원 등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중 핵심적인 내용이 보호구역의 확대와 국토·환경계획 연동제 등의 도입이다. 그러나 세계의 모범이 되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명과는 달리 이 내용 역시 생물다양성협약이 요구하는 아이치 목표의 충실한 반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개발 부서의 반대로 시행 초기부터 벽에 부딪혀 있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의 확대 또한 현재 상태로는 설사 시행이 되더라도 그 실효성은 여전히 기대하기 어렵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쳤는데도 4대강사업 등에서 보듯 문제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문제가 발생해도 개발 사업은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생물다양성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국토 1만㎢당 95종으로 조사 대상 155개국 중 131위 수준인 야생동물 최빈국에 해당한다. 그런 상태에서도 4대강사업으로 모든 강은 파헤쳐졌고, 지금도 지천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영주댐 건설 등 4대강사업은 계속되고 있으며, 백두대간을 훼손하는 송전탑 건설,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서해안 갯벌을 위협하는 조력발전사업 등이 추진 중이다.
산업부의 반대가 어떻게 풀릴지, 정부가 어떤 내용의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내놓을 것인지가 우리 정부가 국제적인 모범이 될 수 있는지, 생물다양성 강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한지를 국내외에 보여주는 척도가 될 것이다.
박중록 한국습지NGO네트워크(KWNN)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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