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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철도 민영화 방지 해법 있다 / 송기호

등록 2013-12-30 18:42수정 2013-12-30 22:17

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법치주의는 언제나 중요하다. 정부가 지난 금요일 심야에 수서발 고속철도(KTX) 사업면허를 발급한 것은 법치주의 위반이고 세계무역기구(WTO)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도 맞지 않다. 취소해야 한다. 대신 국회는 국유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받들어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

수서발 고속철도 사업의 면허는 어떻게 법을 어겼는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는 철도 개혁을 위해 시설과 운영을 분리한다는 조항과 ‘철도 운영 사업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하여’ 한국철도공사를 설립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법은 철도공사에 운영 사업을 전담하게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또한 2004년 12월31일치 보도자료에서 철도공사는 철도운영부문을 ‘전담’하기 위해 설립하는 기관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철도공사의 자회사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된 수서발 노선을 주식회사에 면허한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

정부는 철도사업법의 면허 조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한다. 그렇다면 이미 법률상 국유철도의 민영화가 허용됐다는 말이 되어 버린다. 왜냐하면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조문을 보면 분명히 법인이면 면허를 받을 수 있고 공공기관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심각한 위법은 금요일 밤의 면허 절차이다. 철도 노선의 성격상 수서발 고속철도 사업 면허는 경쟁이 성립하지 않는 독점 사업권을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과 행정절차법이 정한 대로 다른 예비사업자에게도 투명하고 공평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유신 시대의 관치 경제를 재현한 듯 면허를 줄 곳까지 미리 내정해 발표했다. 이것은 적법 면허 절차가 아니다. 그리고 세계무역기구 서비스협정에서 정한 합리적·객관적·비차별적인 시행 의무 위반이다. 한-미 에프티에이의 투명성 조항에도 위배된다.

게다가 정부가 면허를 진행하면서 민간 참여를 원천봉쇄한 면허 조건을 붙인 것은 한-미 에프티에이의 서비스시장 개방 관련 부속 조항과도 충돌해 유지될 수가 없다. 왜 그런가? 수서발 노선의 70%는 2005년 6월 이전에 건설된 기존 노선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한-미 에프티에이의 부속서에 있는 ‘철도공사만이 2005년 6월30일 이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을 운영할 수 있다’고 한 조항을 선택할 수 있었다. 철도공사가 수서발 노선을 운영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경제적 수요 심사에 따라 국토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법인만이 2005년 7월1일 이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을 운영할 수 있다’는 부속서의 다른 조항을 선택하여 면허 절차를 진행해 버렸다. 그러나 여기서의 ‘경제적 수요 심사’라는 것은 민간에게 면허를 내주되 그 양적 수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예 민간 참여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협정 위반이다. 세계무역기구 규정(S/CSS/W/118)도 경제적 수요 심사로는 양적 조처만 가능하지 자격을 제한하는 질적 조처는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법무부가 낸 <서비스협정 해설서>에도 그렇게 되어 있다.

해법은 있다. 정부가 위법한 면허를 직권 취소하고, 수서발 노선에 한-미 에프티에이의 ‘철도공사 전담’ 조항을 적용하면 된다. 그리고 국회는 민간투자 철도노선만을 대상으로 경제적 수요 심사를 하여 면허를 주는 것으로 명확히 입법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국유 철도는 민영화할 수 없을 것이다. 민영화 방지 법제화는 가능하다. 외교통상부가 2007년 4월에 낸 <한-미 에프티에이 최종협상 결과>를 보더라도 ‘공공 서비스에 대한 규제 권한은 포괄적 유보’라고 되어 있지 않은가? 2년 전 대형마트의 입점을 제한하는 유통상생법을 만들 때도 정부는 에프티에이 위반이라고 했다. 지금 유통상생법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정부 재량에 맡기지 않고 법률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에프티에이를 이유로 철도 민영화 방지를 위한 입법 주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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