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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업무방해? 파업방해! / 김이택

등록 2013-12-29 19:15수정 2013-12-30 15:12

나폴레옹 황제 치하의 프랑스는 1810년 형법을 정비하면서 노동자 파업은 물론 ‘21명 이상의 결사’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을 넣었다. 1864년 나폴레옹 3세 때 이를 개정하면서 414조에 ‘폭력·폭행·협박 또는 위계로써 노동을 조직적으로 정지’시키는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완화했다.

일본은 1880년 형법을 만들면서 프랑스 형법을 참고해 270조에 ‘농공의 고용인이 임금을 증액시키기 위하여… 위계 위력으로써 방해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했다. 그러나 ‘노동의 조직적 정지’를 ‘방해’로, ‘폭력·협박’을 ‘위력·위계’ 등의 추상적 표현으로 바꿔 남용의 불씨를 남겼다. 이것이 일본 형법을 본뜬 우리 형법에까지 이어져 오늘날의 업무방해죄로 남았다.

그러나 유럽 제국과 미국은 물론 일본도 이제는 폭력으로 사용자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판례와 학설이 정립돼 있다.

우리 대법원은 얼마 전까지도 파업 자체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유지해왔다. 다만 목적이나 수단, 방법, 절차 등이 정당할 경우에만 정당행위로 봐서 처벌을 않도록 했다. 그러나 정리해고 등에 반대하는 파업은 ‘목적’이 근로조건과 관계없어 불법이고, 순수 근로조건 관련 파업이라도 웬만해선 수단, 방법, 절차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의 이런 태도 때문에 불법파업이 양산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2010년 “쟁의행위는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며 이 자체를 불법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례를 내놓자, 이듬해 대법원도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등 판례를 바꿨다. 그러나 표현이 추상적이고 애매한 탓인지 현장에선 파업 자체를 불법시하는 관행이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에서 보듯이, 200년 전 프랑스나 군국주의 시절 일본에서처럼 업무방해죄가 아직도 ‘파업방해’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건 창피한 일이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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