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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의 궁지] ‘얄팍한’ 독자가 한겨레에 ‘말걸기’

등록 2013-12-23 19:01수정 2013-12-23 22:29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한겨레>만 보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없다.”(8쪽) “40, 50대 등 전통적 선호층의 지지가 약해지고 다른 세대나 계층으로 공감대가 넓어지지 않고 있다.”(4쪽) “‘혁신의 디엔에이’를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9쪽) “생각이 다른 쪽에도 지면을 내주고 토론에 끌어들이는 것이 필요하다.”(15쪽)

한 해를 보내며 한겨레 25주년 창간정신진화보고서 <말 거는 한겨레>(2013. 5)를 꼼꼼히 읽고, 스스로 개선 방향을 너무도 잘 짚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세계적인 리더십 코치 마셜 골드스미스의 말이 떠올랐다. 중요한 도전은 ‘실행에 대한 이해’라기보다 ‘이해한 것을 실행’하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의 미래 운명은 자신들이 ‘이해하고 있는’ 진화의 방향을 제대로 ‘실행하느냐’의 문제이다.

이쯤에서 내가 얼마나 ‘얄팍한’ 독자인지 고백하겠다. 내가 한겨레를 ‘돈 내고’ 구독하기 시작한 시점은 이 칼럼을 시작한 2010년이다. 고백을 하는 이유가 있다. 과연 한겨레가 얼마나 ‘돈 주고 사서 보고 싶은’ 신문이 되고 있는가라는 문제다. 한겨레 보고서가 지적하듯 진보언론의 잠재 독자층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온/오프 통합뉴스 기사 이용률은 <조선일보>의 3분의 1인 4.3%에 지나지 않는다.

한겨레에 ‘말 걸고’ 싶은 부분은 세 가지다. 첫째, ‘가장 신뢰받는 신문’이라는 전통은 반드시 지키되 발전시켜야 한다. <시사저널>의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조사에서 한겨레는 2005년 이후 꾸준히 신문사 중 1위를 지켜오고 있다. 한겨레의 신뢰도는 어느 방향으로 ‘진화’되어야 할까? ‘어느 편’으로부터만 신뢰를 받기보다 <뉴욕 타임스>처럼 진보적이면서도 좀더 골고루 신뢰를 받는 방향이 무엇일지 고민해보면 좋겠다.

둘째, “한겨레는 재미가 없다”는 평이다. 팍팍한 정치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는 입장에서 재미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다. 정치가 시민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시민들의 다양한 삶의 ‘욕망’을 바라봐주면 좋겠다. 재미가 떨어진다면 한겨레는 젊은층의 공감대 확산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단계로 한겨레가 문화면이 가장 재미있고 강력한 신문이 되면 좋겠다. 문화나 예술만큼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분야가 있을까? ‘느린 뉴스’를 전하는 ‘한겨레2’ 지면을 통해 영화, 연예, 책, 여행 등을 최고의 전문기자나 외부 필자가 가장 재미나게 소개하는 신문이었으면 좋겠다.

셋째, “한겨레에서만 볼 수 있는 기사”들을 개발하면 좋겠다. 예를 들어 우리 언론의 부고기사는 별 특색이 없다. <이코노미스트> <뉴욕 타임스>의 부고기사는 매년 책으로 묶어 낼 만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잘 쓴 부고기사 한 편은 자기계발서보다 더 깊은 삶의 자극을 줄 수 있다. 한겨레만의 부고기사 스타일을 개발해보면 어떨까? 사람들이 한겨레 부고기사에 실리는 것을 인생 마지막 영광으로 느낄 수 있다면?

이러한 재미와 특징이 있는 기사 개발을 한겨레 기자 개인 브랜드의 강화와 연결하면 좋겠다. 한겨레를 찾는 유입경로로 특정 기자의 기사나 인터뷰, 칼럼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의 젊고 재능있는 기자들에게 고정 기획기사나 칼럼 등을 맡겨 더 적극 한겨레 기자의 브랜드를 마케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20~30대 젊은 세대의 마음과 신뢰를 사지 않으면 민주당은 구시대 정당이 될 것이다.”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민주당의 도전적 과제가 한겨레의 그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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