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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유신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 이도흠

등록 2013-12-11 19:15수정 2013-12-12 10:05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박근혜 정권은 유신의 부활이다. 대통령 스스로 아버지의 복권이 출마 동기였음을 밝혔고 이후의 행보도 대동소이하다. 유신 잔당과 군부, 국정원을 권력의 핵심 세력으로 삼고, 언론과 시민의 자유를 통제하고 공작정치를 단행하고 있다. 모든 비판과 반대는 종북으로 매도하며 반공 이데올로기를 통치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은 파기하고 기득권층의 자본과 권력 축적에만 집중하고 있다. 합법적인 정당과 단체마저 해산 공작을 추진하고, 노동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권력 견제 기관을 모두 시녀로 만들고 절반의 국민을 전체주의 질서 유지에 동원하고 있다.

현 정권이 강력한 것 같지만 이는 겉모습뿐이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제1 요인은 ‘유신=근대화와 경제발전, 사회안정’으로 착각하는 대중이 절반 이상 확고하게 포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신독재의 폭력성과 야만성, 역기능이 공론화하고 민주정권이 들어섰어도 다수 대중들은 유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담론과 헤게모니 투쟁을 활발하게 전개하였다. 이로써 진보적 정책이나 경제민주화에 제동을 걸어왔고, 마침내 유신을 재등장시켰다.

하지만 그리 수립된 정권이 무너지고 있다. 정치는 정당성의 싸움이다. 대의민주제는 대표 선출 절차의 공정함과 민주화를 정당성의 기반으로 한다. 국정원을 비롯하여 국가가 동원된 선거부정은 이를 송두리째 부정한다. 박 대통령은 이를 조사하고 개혁을 단행하여 상실한 정당성을 되찾을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2차적 정당성은 국민의 지지로부터 파생되는 것인데, 국민과 약속한 핵심 공약을 파기하고 소통을 거부한 채 곳곳에서 적대 전선만 강화하였다. 이로써 현 정권은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도 집권 1년 동안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하였다.

지금 적잖은 국민들은 “총체적인 선거부정을 통하여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이,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군사독재 시대로 퇴행시킨 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모든 비판을 종북으로 공격하며 국론 분열을 유도하는 이, 국민 대다수의 생존은 등한히 하고 기득권층만을 위하여 권력을 행사하는 이”를 국민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유신의 미망에 사로잡힌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도 흔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군부와 검찰, 국정원,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한 정권을 내주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는가. 권력의 정점에서 절대권력을 행사하던 측천무후에게 소안환은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되돌아간다”(物極必反)며 물러나라고 직언하였다. 측천무후는 이를 무시하다가 결국 친위군 500명에 의해 폐위되고 말았다. 지금 집권을 유지하려는 대통령과 이를 반대하는 세력 사이에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싸움이 임계점을 넘지 않은 채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고 앞으로 4년 동안 권력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정당성의 위기에 놓인 현 정권은 식물정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의 지도력, 친위세력, 정권의 시스템 모두 정당성을 복구할 동력도 부족하거니와 능력도 많이 모자란다. 그날이 언제든, 이는 1979년에서 2013년으로 이어진 유신이 진정한 종언을 고하였음을 의미한다.

이제 시민사회는 유신을 어떻게 완전히 종식시킬 것인지, 유신 이후에 어떤 체제를 구성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민주화의 종합, 대의민주제의 한계를 지양한 참여민주제, 신자유주의 모순을 극복한 보편적 복지와 대안의 체제일 것이다. 대통령은 집권에 집착할수록 유신의 수명이 단축되는 역설을 직시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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