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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창조적 파괴 / 백기철

등록 2013-11-18 19:00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1445년 금속활자를 발명한 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으로 전파되는 데는 3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오스만제국은 1727년에야 인쇄기를 도입했다. 술탄이 인쇄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술탄은 책이 새로운 사고를 전파해 사회질서를 흔들까 두려워했다.

유럽 상당수 나라에 철도가 촘촘히 깔려 있던 1842년까지 러시아에는 철도가 단 하나뿐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왕실 거주지를 잇는 23㎞ 구간이었다. 차르가 “철도는 불필요한 여행만 부추길 따름”이라고 생각한 탓이다.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들어선 결정적 계기는 1688년 명예혁명이었다. 의회가 절대왕정을 무너뜨림으로써 무역과 수공업 보호 정책 등이 본격화됐다. 명예혁명을 기념비적 사건이라 칭하는 것은 광범위한 연합세력이 구축돼 헌정 질서를 새롭게 함으로써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창조적 파괴’가 이뤄진 것이다. 창조적 파괴가 없었던 러시아와 오스만제국은 영국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구질서의 지배세력은 경제적 이권과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창조적 파괴를 막으려 한다.(<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중국이 3중전회에서 도농격차 해소 등 민생대책을 쏟아내는 한편, 국가안전위 설치 등 통제 정책도 함께 내놓았다. 한마디로 정치개혁은 손대지 않고 경제·민생은 개혁한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정치개혁을 꺼리는 이유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공산당이 몰락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앞으로 창조적 파괴를 겪을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대체로 서구 학자들은 부정적이다. 공산당과 경제 엘리트층이 향후 수십년간 권력을 틀어쥠으로써 창조적 파괴와 혁신이 이뤄지지 못하고, 성장 역시 서서히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집권세력이 창조적 파괴를 스스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집권세력에 대항하는 광범위한 사회 연합세력의 형성은 창조적 파괴의 필수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미래는 상당히 불투명하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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