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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유엔의 48년 ‘유일 합법정부’ 승인
38도선 이남인가, 한반도 전체인가 / 박태균

등록 2013-10-30 19:19수정 2013-10-31 14:09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근 교육부에서 검정을 통과한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수정 권고안을 냈다. 교육부가 검정 교과서 8종에 대해 공통으로 지적한 문제점은 18개 항인데, 이 가운데 현대사 부분이 7개로 가장 많다. 이 중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는 유엔의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승인안의 해석 문제다.

교육부의 승인 아래 현재 사용되는 교과서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1948년 5월10일 선거가 이루어진 지역(또는 38선 이남)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서술하였는데, 교육부는 이번 수정 권고안에서 ‘당시 유엔 결의문은 합법적인 정부로 한반도에서는 유일하게 대한민국뿐임을 명기’하고 있기 때문에 ‘38도선 이남’이란 표현을 삭제하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오비이락인가. 교육부의 수정 권고안이 나온 시기를 즈음해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문화일보> 10월23일치에 이와 관련된 칼럼을 기고했다. 강 교수는 대한민국 정부의 국제법적 관할권을 선거가 이루어진 지역, 곧 38선 이남으로 한정한 것은 유엔 결의안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며, 원문에는 ‘한국에서’(in Korea)라고 표기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과연 그러할까. 강규형 교수와 함께 대표적인 뉴라이트 계열 학자인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대한민국 역사>란 책에서 유엔의 대한민국 정부 승인안을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유엔총회는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이 선거를 감시하고 자문할 수 있었으며 모든 한국인의 압도적 다수가 살고 있는 한국의 그 부분에 대해 효과적인 통제권과 관할권을 갖는 합법적 정부가 수립되었다.’ 여기서 ‘그 부분’은 1948년 5월10일 선거가 이루어진 38선 이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유엔의 승인안 원문은 ‘195(Ⅲ) The problem of the independence of Korea’(한국의 독립 문제)라고 제목이 붙어 있으며 전체 9항으로 구성됐다. 원문을 보면 이영훈 교수의 번역이 정확함을 알 수 있다. ‘그 부분’은 ‘that part of Korea’로 되어 있다. 아울러 1947년 11월14일 유엔 결정 112(Ⅱ), 즉 ‘1948년 3월31일 이전에 각각의 선거 지역(미군과 소련군의 점령 지역)에서 총선거를 실시’하라는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지 않았음과 특히 한국의 통일이 아직 달성되지 않았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 전제가 되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유엔한국위원단을 다시 조직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유엔의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승인안은 1950년 북한의 침략으로 한국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정의 근거가 되고 있다. 즉 ‘북한이 침략을 멈추고 38선 이북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결정한 것이다. 아울러 유엔군이 인천상륙작전 이후 38선 이북으로 북진했을 때 유엔은 대한민국 정부의 38선 이북 지역에 대한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도 1년여 동안 수복 지역에 대해 유엔군이 관할권을 행사했다. 유엔의 결정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으며, 이는 이미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의 6·23 선언을 통해 남북한이 따로 국제기구에 가입하자는 제안을 통해 확인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이 이럴진대 교육부는 왜 이러한 수정 권고안을 낸 것일까. 역사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역사적 사실은 결코 왜곡될 수 없다. 이것이 역사의 객관성이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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