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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국정원 십알단, 0.5%의 힘 / 백기철

등록 2013-10-22 19:06수정 2013-10-27 23:05

백기철 논설위원
백기철 논설위원
국가정보원의 능력을 너무 우습게 본 것이었다. 국정원 심리전단이 지난 대선 직전 3개월 동안 고작 73건의 선거 개입 글을 올렸다는 검찰 수사 결과 말이다. 2009년부터 3년10개월 동안의 불법 게시글은 1977건이었다. 참 어정쩡한 수치다.

사건 성격상 숫자가 중요하지는 않다. 정보기관이 불법 온라인 활동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한 전대미문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73과 1977이란 숫자는 검찰이 부지런히 수사를 더 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됐다. 그리고 윤석열 수사팀은 결과물을 내놓았다. 대선 전 3개월 동안 국정원이 트위터로 하루 평균 510건, 모두 5만5689건의 트위트 또는 리트위트를 생산했다는 것이다.

이 수치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지난 대선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분석한 소셜미디어 연구가 강성혜씨의 조사를 토대로 살펴보자.

우선, 하루 평균 510건은 어느 정도일까?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21일 하루 동안 주요 후보에 관한 트위트·리트위트를 생산한 아이디를 살펴봤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 1위가 2675건, 15위가 715건이다. 문재인 후보는 1위가 4466건, 15위가 861건이다. 하루에 수천건을 생산한 아이디는 조직적 알바일 가능성이 크다. 15위까지만 집계한 탓에 정확지는 않지만 국정원이 생산한 510건은 대략 20위권, 30위 안에 들 것으로 추정된다.

대선 때 하루에 생산되는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관련 트위트·리트위트는 대략 10만건을 웃돌았다. 하루에 240만건이 생산된다지만 대선 후보 관련으로 좁히면 그 수는 훨씬 작아지는 셈이다.

종합하면, 국정원은 대선 당시 주요 후보에 대한 하루 트위트·리트위트 10만건 중 510건을 생산함으로써 대선 후보에 관한 한 30위 안에 드는 파워트위터리안이었다. 비율 상으론 0.5%의 점유율이다.

이 수치를 놓고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날마다 쏟아지는 10만건의 트위트를 국정원 같은 작전세력이 당해내기는 무리라고 볼 수 있다. 거꾸로 0.5%의 악성 트위트를 날마다 공급하는 일이 상당한 파괴력을 지녔을 수도 있다. 트위터를 연구하는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치도 수치지만 글의 내용, 팔로어 수와 연동한 노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악성 트위트들이 온라인 여론을 일정부분 바꾼 측면이 있다고 보았다.

지난 대선은 보수세력이 온라인에서 총궐기해 승리를 거머쥔 선거였다. 보수세력은 2010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에스엔에스의 위력 앞에 무릎 꿇은 뒤 대반격에 나섰다. 십알단, 즉 ‘십자가 알바단’은 새누리당의 불법 에스엔에스 알바 조직이었다. 국정원의 십알단은 바로 심리전단이었다.

새누리당이 선두에 서고 십알단이 뛰고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가 은밀히 가세하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에스엔에스 총력전을 펼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십알단’은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0.5%의 힘을 보탰다.

이제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사건 초기 박근혜 대통령이 나랑 관계없으니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하고 검찰이 성의껏 해서 야당이 수긍할 정도에서 마무리했으면 될 일이다. 어찌된 일인지 집권세력은 사건을 꽁꽁 묶으려고만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런저런 탈이 났다. 검찰총장이 쫓겨나고 권은희·윤석열의 양심선언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행태로 보면, 집권세력은 이번에도 이 난국을 초동진압하려 들 것이다. 윤석열을 감찰해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그가 해놓은 수사도 모두 뒤엎으려 들 것이 뻔하다. 집권세력 내에서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다. 어디까지 이렇게 내달릴 셈인가.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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