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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직접민주주의 / 백기철

등록 2013-10-14 18:42

스위스 사람들은 4년에 한 번씩 연방의원을 뽑는 선거를 하지만 이런저런 정책 사안들에 대해선 1년에 네 번, 즉 3개월에 한 번씩 국민투표를 한다. 각종 시민 발의안에 대해 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기구 가입 등에 대해서도 의무적으로 국민투표를 한다. 헌법 개정 발의는 18개월 이내에 10만명의 서명을 받으면 된다.

스위스의 국민투표에 대해선 서명 정족수를 높이고 재정 문제와 같은 특정 이슈는 투표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의사 결정의 공정성, 사회적 합의가 주는 경제적 수혜가 더 크다는 주장이 많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의 연구를 보면, 스위스에서 재정 문제에 강력한 주민 참여권이 부여된 주의 경제적 성과가 평균보다 15% 높았고, 시민이 예산안에 대해 투표할 수 있는 주에서 조세회피율이 30% 더 낮은 것으로 나왔다.(브루노 카우프만 등, <직접민주주의로의 초대>)

스위스에선 시민 발의안이 부결되더라도 다양한 논의를 촉발한다. 2003년 5월 국민투표에서 장애인의 동등한 권리를 헌법에 추가하자는 발의안이 부결됐지만 이를 계기로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 4일 모든 성인에게 월 30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년 안에 국민투표를 하는 만큼 그때까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의 직접민주주의 제도는 지역 단위의 주민투표와 주민소환 정도다. 직접민주주의의 중요한 도구인 국민투표의 경우 우리나라는 정부, 즉 위로부터 기획된다는 점에서 매우 제한적이다.

‘유엔미래보고서 2030’은 머지않은 미래에 기업 형태가 1인 중심으로 바뀌고 국회와 정당 등 대의제도가 사라지면서 똑똑한 개인을 바탕으로 한 ‘신 직접민주주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직접민주주의의 미래는 숙의민주주의, 인터넷민주주의 등으로 요약된다. 온라인 기반으로 주민들이 참여해 토론하고 결정하는 전자타운홀 제도, 인터넷 주민투표 등이 그 예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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