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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박근혜 정권의 조폭 문화, ‘배신자 낙인’ 진영은…

등록 2013-09-30 19:35수정 2013-10-01 16:49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월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해단식을 마친 뒤 당시 인수위 부위원장이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월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해단식을 마친 뒤 당시 인수위 부위원장이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박 대통령 가장 싫어하는 말 ‘배신’, 좋아하는 말 ‘의리’
새누리, ‘비리’ 서청원 공천 두둔…‘소신’ 진영엔 맹비난
[성한용 칼럼]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배신이다. 가장 좋아하는 말은 의리다. 2007년 자서전에 이렇게 써 놓았다.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슬프고 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유신 때는 ‘유신만이 살길’이라고 떠들던 사람들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때 무슨 힘이 있어 반대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하는 것을 보니 인생의 서글픔이 밀려왔다.”

“고마운 사람은 나에게 물 한잔 더 준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시류에 따라 오락가락하지 않으며 진실한 태도로 일관된 사람들, 진정 빛나는 이들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9년 8월11일 강릉의 심재엽 한나라당 전 의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일이 있다. 심재엽 전 의원은 강원 지역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였다. 기자들이 개소식 참석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의 도리 중에는 의리를 지킨다는 게 있습니다. 의리가 없는 사람은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요. 심재엽 위원장님은 저를 굉장히 많이 도와주신 분이에요. 이런 축하 자리에 의리상 와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과의 의리를 강조한 또 한 사람이 있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미래희망연대) 대표를 지낸 서청원 전 의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2011년 12월8일 서청원 전 의원이 이끄는 청산회 송년모임에 비서실장 격인 유정복 의원을 보내 메시지를 전했다.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 서청원 대표님과 청산회원 여러분 모두에게 각별한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현장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서청원 전 의원은 2008년 4·9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친박 공천학살’에 항의해 친박연대를 창당했던 사람이다. 친박연대는 14명의 당선자를 냈지만 비례대표 후보들로부터 30여억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서청원 대표는 2009년 1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감옥살이를 했다.

그런 서청원 전 의원이 얼마 전 10·30 재보선 경기 화성갑 출마를 선언하며 책을 펴냈다. 제목이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이다. 2010년 12월24일 의정부교도소에서 가석방으로 풀려날 때 했던 말이다. 고초를 당하기는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의 우정은 변함없이 이어가겠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그가 만든 청산회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청원 전 의원에게 보은을 할까?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30일 <교통방송>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 인터뷰에서 공천 내정설을 부인하면서도, 친박연대 공천헌금 비리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았고 억울한 측면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변명했다.

새누리당이 누구를 공천하든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공천을 주는 이유가 대통령과의 의리 때문이라면 큰 문제다. 명분보다 의리를 앞세우는 것은 조폭들이나 하는 짓이다.

하긴 기초연금 공약 후퇴에서 불거진 진영 장관 사퇴 파동도 어떤 측면은 조폭 문화를 꼭 닮았다. 새누리당과 친박 실세들은 어느새 진영 장관을 배신자로 묘사하고 있다.

“그 대선 공약 누가 만들었나. 진영 장관이 정책위의장을 했다.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했다. 정책위의장 시절부터 연계를 계속 확인했고 공약으로 만들었다. 그게 소신과 양심과 다르다니 이건 참 납득하기 힘들다.”(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이렇게 무책임하게 집어던지고 그만둔다는 게 도대체 장관이나 기본적인 공무원으로서의 자격…. 자기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공적인 업무를 저버리는 것 같아서 저희들로서는 아주 실망했고요, 아주 섭섭하고 정말 그렇습니다.”(홍문종 사무총장)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정홍원 국무총리는 결국 사표를 수리하며 “이제 와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것이 소신과 달랐다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그게 소신이었다면 장관직을 수락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했다.

표현은 제각각이지만 배신자에 대한 저주다. 조폭들에게 배신은 죽음을 의미한다. 진영 장관이 걱정이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공약후퇴·인사파동’, 기로에선 박근혜 정부 [성한용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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