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홍보팀이란?” “평소 술과 골프로 기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사는 넣고 불리한 기사를 빼는 부서.” <개그콘서트>의 ‘레알 사전’ 코너에서 홍보팀을 다뤘다면 이렇게 소개하지 않을까? 모든 기업이 창조와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그러한 논의에서 홍보팀은 사실상 소외되어 있다. 전통 언론의 힘이 약화되면서 이들을 상대하던 홍보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고경영자는 홍보팀을 앞으로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우리 기업들은 시장에서 소비자 만족과 관련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서 있다. 컴퓨터, 자동차, 이동전화, 냉장고, 세탁기 등을 만드는 데 소비자들의 의견을 꾸준히 경청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해온 결과이다. 반면 기업에 새로운 도전이 다가오고 있다. 과거에는 정치인들이나 신경 쓰던 사회의 여론이 그것이다. 기업은 이제 소비자 의견과 함께 사회 시민의 여론까지 신경 써야 하는 처지에 있다.
“기업이 여론에 신경 쓴다고 주가가 높아져?” 기업 내부에서 이런 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존경받는 경영 컨설턴트인 람 차란은 긍정적 여론이 주가를 높이지 못할지언정, 부정적 여론은 주가 하락은 물론 경영자의 위치나 기업의 존재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겪는 도전은 한마디로 ‘공부 잘하는데 인기 없는 학생’에 비유할 수 있다. 세계적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실현했는데, 사회에서는 부정적 시선을 받고 있다. 이러한 도전과 관련해 최고경영자는 홍보팀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첫째, 마케팅과 영업, 신제품 개발 부서 등이 시장의 소비자에 집중한다면, 홍보팀은 시장 너머에 있는 사회의 여론을 청취하고, 이를 가감 없이 최고경영자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제품이 나오면 보도자료 쓰고, 부정적 기사는 몸으로 막는 홍보팀이 소셜미디어 시대에 과연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홍보팀은 외부로는 회사를 보호하지만, 내부에서는 유일하게 회사를 ‘공격할 수 있는’ 부서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최고경영자가 홍보팀에게 “우리 회사가 하고 있는 각종 사업과 정책에 대해 시민 여론의 입장에서 선제적으로 ‘공격해보는’ 리포트를 내게 달라”고 먼저 제안하면 어떨까? 기업과 경영자가 사회 비난 여론을 맞기 전에 사전에 적극적인 조처를 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법무팀이 법정에서의 방어에 신경을 쓴다면, 홍보팀은 여론의 법정에서 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기업들은 위기 상황에서 사회 여론을 법의 논리로 대응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법정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할 필요가 없지만, 여론에서는 그렇지 않다. 위기 상황에서 때로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낫다는 사실을 홍보팀에서는 알고 있다. 홍보 전문지 <더피알>을 운영하는 김광태 회장은 최근 기고문에서 잘못을 인정하자는 홍보팀 임원에게 법무팀에서 “그런 기사가 나오는 걸 막으라고 홍보팀 두고 있는 거다. 사실대로 이야기할 거 같으면 홍보팀은 왜 두느냐”고 공격하는 일도 있다고 소개했다. 부정적 기사가 나오면 부정적 행동을 한 부서에 앞서 홍보팀에 그런 기사 하나 못 막느냐고 질책하는 것이 현실이다.
홍보를 뜻하는 영어 단어 ‘피아르’(PR)는 ‘공중관계’(Public Relations)의 약자이다. 홍보팀의 혁신과 변화는 홍보 원래의 정의와 기능으로 되돌아올 때에 가능하다. 최근 대기업이 겪는 문제의 상당수는 시장 소비자의 외면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시민 여론의 외면이 기업을 압박하는 것이다. 홍보팀을 ‘제대로’ 사용해야 할 때가 왔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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