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야디야 어야디야/ 어기~여차 노를~ 저어라/ 오늘~날은 어디 가며는/ 장원헐꼬…”
전남 광양 진월면에 전승되는 전어잡이 노래의 일부다. 광양 전어잡이는 6명씩 탄 두 척의 배가 새벽 썰물이면 짝을 이뤄 바다로 나가 그물을 함께 들어올리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경남 사천의 갈방아 소리는 전어잡이 그물에 물을 들일 때 하는 소리이고, 광양의 전어잡이 노래는 선창을 오가며 부른다.
전어가 8월 중순 남해안에서 잡히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가을이 온 것이다. 서해안에선 8월 말이 돼야 전어를 잡는다. 전어는 봄에서 여름까지 산란을 마치고 충분한 먹이를 먹으면 두툼해지면서 씹히는 맛과 고소함이 더해진다. 난류성 어종인 전어는 주로 남해안에서 잡혔는데 수온이 오르면서 서해안이나 동해안에서도 잡힌다.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하며 서울에서 파는데,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이나 모두 좋아해 사는 이가 돈을 생각하지 않아 전어(錢漁)라고 했다”고 적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큰 놈은 한 자 정도로 몸이 높고 좁으며 검푸르다.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했다. ‘봄 멸치, 가을 전어’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말이다’ 등의 속담은 전어가 맛있는 제철음식임을 표현한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전어의 내장 중 구슬처럼 생긴 부분을 ‘밤’이라 부르는데 젓갈을 담는다. 전어 밤은 한 마리에 하나밖에 나오지 않아 귀하다. 전어밤젓은 경상도 이름이고 전남 동부에선 돔배젓, 전남 서부에선 전어창젓, 전북에선 곰뱅이젓이라 부른다.
전어회는 1990년대 초만 해도 경상도와 전라도 바닷가에서 주로 먹었다. 전어는 배에 오르면 금방 죽는다. 2000년대 초 전어를 수족관에서 보관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양식도 이뤄지면서 수도권 일대에서도 전어는 가을이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해마다 전어철이면 전국 각지에선 풍성한 전어축제가 열리곤 한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