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경제부장
“의미 있는 분석이라 생각하는데, 너무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되는 거 같아요. 그것(임원의 높은 보수)이 주는 선순환의 고리가 많이 있을 것이고, 사실 그런 동인이 개인을 자극해 기업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기업 내 보수격차 대해부’를 제목으로 삼은 <한겨레>의 기획 연재물 2회째가 실린 13일 ㅇ그룹의 한 임원한테서 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는 은근한 불만이 배어 있었다. 임원과 직원의 보수 격차가 점차 커져온 흐름을 방대한 자료로 실증해 낸 첫 회에 이어, 개별 임원의 보수가 베일에 철저히 가려져 있는 현실을 짚은 내용을 다룬 날이었다. 일부러 연락을 해오지 않은 대기업 임원들의 심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임원의 보수는 직원의 그것보다 뚜렷하게 높아야 직원들이 동기를 부여받아 결과적으로 기업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는 이전부터 가끔 들어왔던 터였다. 대기업 임원직은 흔히 ‘재계의 별’로 일컬어질 만큼 영광스러운 자리이고 기업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구실을 한다는 사정을 고려할 때 일정 부분 동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군 출신으로 대기업 임원으로 영입된 이들은 대체로 ‘별’을 달았던 이력을 쌓았고, 영관급이 대기업 임원 자리로 곧바로 옮기는 경우는 드문 재계 현실을 감안할 때, 대기업 임원을 군대의 최상층 계급에 견주는 건 결코 과장스럽지 않다. ㅇ그룹의 그 임원 말을 빌리자면, ‘속된 말로 고스톱 쳐서 임원 된 게 아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적정한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의 하나는 적정한 수준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는 점이다. 적절한 격차는 직원들을 분발시킬지 몰라도 임계점을 넘는 괴리는 되레 좌절감을 안겨주고 기업 조직의 통합을 해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이번 연재물에선 자료 접근의 한계 탓에 국내 ‘상장’회사 임원들의 보수 평균치를 다뤘을 뿐이며, 그 수준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 사실, 어느 정도를 적정하다고 선을 긋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 모른다.
다만, 기사의 한 대목으로 다뤄진 대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최고경영자(CEO) 같은 고위 경영자의 금전적 보상이 최하위 직원 급여의 20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는 사실은 되새겨볼 만하다.
드러커의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연봉 상한은 지난해 기준으로 3억1000만원(비정규직에 견준)~7억6000만원(상용직에 견준) 수준으로 추정됐다. 굴지의 재벌 회사는 물론이고, 일정한 공공성을 띤 금융회사의 고위직 연봉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게 현실이니, 드러커의 기준에 따를 경우엔 국내 기업의 보수 격차가 적정한 수준에서 이미 한참 벗어나 있다고 봐야겠다.
임원 보수의 절대 수준보다 더 원천적인 문제는 보수 체계의 불투명성이다. 국내에선 비상장회사는 물론이고, 상장회사라 하더라도 외부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선 개별적인 보수 기준과 수준을 알 수 없다. 전체 임원진의 보수가 뭉뚱그려져 공개되는 것으로 대표되는 공시의 부실은 기업 안팎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내년 4월께 공시되는 사업보고서부터는 일부 임원(상장회사 등기임원, 연 보수 5억원 이상)의 개별 보수를 공개하도록 한 조처는 이런 불투명성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을 인정한 때문일 것이다.
이번 연재물에선 그나마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삼았음을 고려할 때, 사회 전체로 분석 대상을 넓히면 문제점은 더 도드라질 것으로 여겨진다. 상하 격차의 거리 또한 사회 전체적으로는 훨씬 멀 것임은 물론이다. 계속 벌어지는 상하 격차와 경영진 보수의 불투명성을 방치하고는 기업이든, 전체 사회든 건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김영배 경제부장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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