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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무가베와 만델라 / 백기철

등록 2013-08-04 19:05

196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무장투쟁 조직인 ‘민족의 창’(MK)과 짐바브웨(당시는 로디지아) 흑인무장투쟁 조직인 ‘짐바브웨 아프리카인민동맹’(ZAPU)의 군대는 함께 잠베지 강을 건너 로디지아 땅으로 들어갔다. 이웃한 두 나라의 백인 정권에 맞서기 위해 동맹을 맺은 두 조직은 잠비아에서 군대를 모아 함께 전투에 나섰다. 두 군대는 남쪽으로 진군하는 도중 로디지아 정부군과 몇 주간 격렬한 전투를 벌인 끝에 퇴각한다. 넬슨 만델라는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에서 이 전투를 “우리 투쟁사에서 하나의 이정표였다”고 적었다.

당시 만델라와 짐바브웨의 저항운동 지도자 로버트 무가베는 둘 다 투옥중이었다. 1962년 체포된 만델라는 5년째, 1964년 체포된 무가베는 3년째였다. 두 사람은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백인 정권에 맞서는 와중에 자연스레 동지가 됐다.

1974년 먼저 석방된 무가베는 5년여의 무장투쟁 끝에 백인 정권을 종식하고 1980년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가 됐다. 무가베는 당시 아프리카 흑인의 영웅이었다. 남아공이나 나미비아, 앙골라 등에선 저항운동이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아 명예박사학위도 여럿 받았다.

무가베가 집권한 뒤에도 1990년까지 10년 더 옥살이를 한 만델라는 1994년 선거에 승리해 대통령이 됐다. 1999년 퇴임 때까지 5년간 권좌에 머물렀을 뿐이다. 무가베는 1987년 대통령이 되면서 33년째 장기 집권을 이어왔다. 퇴임 이후 14년 세월이 흐르면서 만델라에 대한 국제적 명성은 더욱 커진 반면 무가베는 추락을 거듭했다. 각종 선거 조작 의혹은 물론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살해 의혹까지 받았다.

같은 아프리카 혁명 동지였지만 둘의 길은 극명히 갈렸다. 반대파를 포용하고 스스로 권력을 놓은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차이다. 무가베가 지난달 31일 치러진 대선에서 또다시 승리했다고 발표됐지만, 국제사회에서 그의 미래를 낙관하는 이는 많지 않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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