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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댓글의 효과 / 구본권

등록 2013-07-28 18:32

이은주 서울대 교수는 인터넷 기사에 달리는 댓글이 여론에 끼치는 영향을 2012년 미국의 저명 커뮤니케이션 학술지(JCMC)에 발표했다. 기사만 읽은 독자들에 비해 댓글을 함께 읽은 집단은 댓글에 기반해 여론을 유추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걸 실증적 연구로 입증한 논문이다. 발언하지 않고 여론 동향을 주시하는 다수가 소수의 공표 의견에 영향을 받는다는 ‘침묵의 소용돌이 효과’ 이론을 떠올리게 하는 연구다.

댓글을 다는 사람은 소수다. 네이버는 0.1% 이용자가 전체 댓글의 30%를 생산하는 ‘도배’ 현상 때문에 댓글 노출 방법을 바꾸기도 했다. 악플도 많지만 기사 댓글은 걸러지지 않은 여론을 알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인기가 높다. 포털에서 화제 기사는 댓글이 1만개 넘게 달리는 경우가 흔하다. 네이버 모바일에서 뉴스 댓글의 페이지뷰 비중은 뉴스 페이지뷰의 8%에 이르고, 모바일 이용자들은 피시에서보다 댓글을 2배 더 많이 보고 있다. 언론사와 포털은 댓글 많은 뉴스가 독자 관심도를 반영한다며 눈에 띄게 편집한다.

국내엔 인터넷 댓글과 관련한 독특한 정책이 많다. 악플 폐해를 막겠다며 2007년 도입돼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 위헌 결정을 받은 인터넷실명제가 대표적이다. 진위를 따지지 않고 신고만으로 글을 없애버리는 게시물 임시조치와 지난 정부가 추진하던 사이버모욕죄도 인터넷 댓글의 정화를 목표로 한 정책이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댓글 공작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악플과 국정원에 대한 세간의 통념도 흔들리고 있다. 키보드워리어의 잉여행위쯤으로 여겨온 악플 달기가 실은 국가 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자행해온 대국민 여론조작이자, 정보기관의 존립 근거를 무너뜨리는 선거개입 행위였다는 점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내 인터넷실명제 강화와 함께 ‘아름다운 인터넷세상 만들기’라는 범국민 인터넷 정화 캠페인이란 가면을 써왔지만 민낯은 국정원이 주도한 댓글 공작이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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