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자신을 위협한다는 생각만으로 상대방에게 총을 쏴도 정당방위가 될 수 있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이 최근 미국에서 논란에 휩싸인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법을 묘사한 대목이다. 미국 플로리다 순회재판소 배심원단은 최근 비무장 상태의 17살 흑인 청년을 사살한 히스패닉계 자경단장에게 이 법을 적용해 무죄를 평결했다. 사건 당시 흑인 청년은 편의점에서 과자를 산 뒤 집에 가는 길이었고, 자경단장은 “의심스런 남자가 있다”고 911에 신고한 뒤 뒤쫓아가 격투 끝에 그를 살해했다.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법은 이른바 ‘캐슬 독트린’에서 유래한다. 캐슬 독트린은 집이나 차와 같은 고유 영역을 침범한 사람에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는 이를 길거리까지 확대한 것인데, 정당하게 있을 수 있는 장소에서 위협을 받을 경우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면 도망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 법 도입 이후 범죄를 오히려 증가시키고 흑인 등 유색 인종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미국 내 20개 주 이상에서 채택된 이 법은 보수적 로비단체인 ‘미국 법안대체협의회’(ALEC, 알렉)가 로비를 맡았다. 알렉은 엑손모빌, 월마트, 에이티앤티(AT&T) 등 대기업들의 후원을 받는데, 학교와 교도소 등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로비도 벌이고 있다. 막강한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도 이 법 제정에 팔을 걷어붙였다. 두 단체의 결합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2005년 플로리다에서 이 법이 도입된 이후 2012년까지 범죄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미국의 전반적인 범죄율 하락 때문이란 반론도 나온다. 텍사스에서는 오히려 살인범죄율이 크게 높아졌고, 조지아에서는 총기 부상으로 인한 응급실 이용률이 높아졌다는 연구도 나왔다. 법 제정 이후 플로리다에선 정당방위 주장이 세 배까지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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