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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기성용이 다시 사랑받으려면 / 김경무

등록 2013-07-10 19:03수정 2013-07-11 07:02

김경무 스포츠부 선임기자
김경무 스포츠부 선임기자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2월 특정인들만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거친 말로 당시 최강희 대표팀 감독을 비난한 기성용 대해, 10일 징계하지 않고 엄중경고를 내리는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격앙된 일부 축구팬들이 “앞으로 대표팀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년 브라질월드컵에 보내서는 안 된다”고까지 주장하는 것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 온라인상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25일 쿠웨이트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 6차전을 나흘 앞두고, 기성용은 자신의 절친에게만 공개한 페이스북(Sung Yueng Ki)을 통해 최 감독에 대해 비아냥대는 글을 띄웠다. “쿠웨이트전은 나랑 주영이 형의 독박무대가 되겠군 ㅎ 잘하면 본전 못하면 아주 씹어드시겠네 ~~ ㅎㅎ 소집 전부터 갈구더니 이제는 못하기만을 바라것네 님아….”

앞서 최 감독은 셀틱에서 뛰던 기성용에 대해 “스코틀랜드리그는 팀 간 격차가 크다. 셀틱 빼면 내셔널리그(한국 2부 리그)와 같다”고 인터뷰에서 자극적 발언을 했고, 이에 기성용은 뒷말로 응수한 것이다. 쿠웨이트전 사흘 뒤 기성용은 다시 이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 전반부터 나가지 못해 충격 먹고 실망했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느꼈을 거다. 해외파의 필요성을. 가만히 있던 우리를 건드리지 말아야 됐고 다음부턴 그 오만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다 다친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 4일, 한 축구 칼럼니스트의 폭로를 통해 드러난 내용이다. 물론 비공개 페이스북 내용을 공개하면서 발언의 주체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이기는 하다.

사적 비밀 공간에서는 대통령에 대해서도 거친 언어로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비록 소수만의 에스엔에스를 통해 뒷얘기 식으로 주고받은 내용이라고 하지만, 기성용이 최 감독을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조롱한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에스엔에스 논란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야 할 대표팀의 몇몇 젊은 선수들이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게 진짜 큰 문제다.” 기성용의 비공개 에스엔에스를 공개한 칼럼니스트의 이런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할까?

기성용은 지난 6월2일에는 팬들과 직접 접촉하는 트위터(@thekey16)를 통해서는 다시 최 감독을 겨냥한 듯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그리고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기성용은 이틀 뒤부터 시작되는 아시아 최종예선 6~8차전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이었다. 그는 논란이 일자 이렇게 해명했다. “ㅎㅎ^^ 오늘 예배드리고 설교 말씀 중 일부를 올린 것입니다.… 기사가 왜 나죠????? ㅎ 웃고 넘어가렵니다.”

이러던 기성용이었지만, 느닷없이 터진 비공개 계정의 페이스북 존재로 자신의 진짜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났고, 리더론에 대한 해명도 거짓말로 판명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결국 지난 5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일부 팬들은 진정성이 없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비밀 공간은 개인의 사적 자유가 보장되는 곳이다. 하지만 축구대표팀 간판스타답게 당당하고 절제된 용어로 비판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것이 성숙된 스타의 모습이 아닐까? 그를 사랑하는 팬조차 경기장에서 봤던 것과는 다른 모습의 기성용에 실망하고 있다. 그래서 기성용은 그토록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던 팬을 많이 잃었다. 에이전트를 통해 팬과 감독한테 사과했다고는 하나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다시 팬들의 사랑을 받는 축구스타로 거듭날 수 있기 위해 기성용이 앞으로 보다 진지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김경무 스포츠부 선임기자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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