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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두 축구선수의 결혼 / 구본권

등록 2013-07-09 19:34

구자철, 기성용 선수가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결혼했다.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두 축구선수의 결혼식은 사뭇 달랐다. 유명 방송인을 아내로 맞은 기 선수의 연애·결혼 과정은 파파라치 언론과 자발적 공개로 인해 상세히 중계됐다. 구 선수도 하객들 앞에서 식을 올렸지만 결혼식 사진도, 신부가 누구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신부가 비공개 예식을 요청한 까닭이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태도는 개인차가 크다. <짝>이란 짝짓기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거침없이 속내를 드러내는 일반인이 있는가 하면, 무대 공포증에 시달린다는 연예인도 드물지 않다.

지상파 방송 앵커로 활동하던 한 여성을 만났더니 일상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여느 주부처럼 물건값을 흥정하거나 학부모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주위에서 “○○○ 앵커 아니세요”라고 아는 체를 하는 통에 수시로 난처했다는 얘기였다. 대중에 노출되는 삶을 선택한 이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사생활의 권리가 있는지조차 생각지 않고 미디어에 노출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도 많다. 법원은 2001년 가수 신해철씨의 결혼 상대를 실명보도한 언론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유명인과 결혼한다고 해서 공적 인물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해, 유명인 가족에 대한 사생활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두 축구선수의 아내들 중 누가 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시장에 가고 카페를 찾는 일상의 즐거움을 누가 더 자유로이 누릴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디지털 기기 보유와 활용능력 차이가 삶의 질 격차로 이어진다는 디지털 격차가 정보사회의 과제로 부상했다. 더 시급한 문제는 온라인 시대의 프라이버시 디바이드(Privacy Divide)다. 한번 인터넷에 노출되면 삭제되지 않고 무한검색되는 세상이다. 사적 정보 노출이 초래할 장기적 위험을 알고 대처하는 능력이 자유로운 삶을 좌우할 필수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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