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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난중일기 / 백기철

등록 2013-06-23 19:28

“북쪽에 갔을 때도 고락을 같이하고/ 남쪽에 와서도 생사를 함께하는구나/ 오늘 밤 달빛 아래 한잔 술을 나누고 나면/ 내일은 이별을 아쉬워하겠구나.”

이순신이 삼도 수군통제사 시절 <난중일기>에 적은 글이다. 생사고락을 함께한 부하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애절하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사실상 확정된 난중일기는 조선의 선비이자 무장인 인간 이순신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난중일기는 충무공이 전라좌수사로 부임한 1592년 1월부터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 직전인 1598년 11월까지 7년에 걸친 기록이다.

이순신의 글은 간결하고 건조한데, 단아하면서도 용맹한 그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준다. 하루 일기가 한 줄인 경우도 많다. ‘동헌에 나가 일을 보고 활쏘기를 하였다’는 글이 자주 눈에 띈다. 또 ‘동헌에 나가 무기를 검열하였다. 깨어지고 낡아서 볼품없이 된 것이 많았다’고 돼 있다.(<난중일기>, 서해문집) 전쟁에 철저히 대비한 그의 면모를 알 수 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염려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백의종군 가는 길에 어머니상을 당한 그는 “어머님 영전에 인사를 올리고 울부짖었다. 어찌하리오, 어찌하리오!”라고 적었다. 장수의 결연함도 보였다. 13척의 배로 왜군을 대파한 명량해전을 앞두고 이순신은 장수들을 불러 모아 “병법에 이르기를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명재상 서애 류성룡은 <징비록>에서 순신에 대해 “말과 웃음이 적고 용모가 단아했다. 사람된 품이 몸을 닦고 언행을 삼가는 선비와 같았으나 몸속에는 담기가 서려 있었다. 자기 한 몸을 잊고 국난을 맞아 목숨을 바친 것은 평소 그 같은 수양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적었다.(<서애 류성룡, 위대한 만남>, 지식마당) 난중일기는 이순신의 평소 수양과 사람됨을 잘 드러내 준다는 점에서 세계기록 유산에 걸맞은 작품이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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