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골프 해금’과 김영란법 / 김이택

등록 2013-06-17 19:23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캐디 일감” 마련과 “소비 진작”을 위해 “이제 좀 골프를 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회의 전 몇몇 국무위원으로부터 대표로 말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지만, 박 대통령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고 보도됐다. 그 뒤 웃음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한 장관이 대선캠프 출신의 실세 장관에게 해석을 의뢰했더니 “안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는 후일담이 나돌았다.

두 가지가 궁금하다. ‘캐디 일감’과 ‘소비 진작’을 위한 건의라면 왜 다른 국무위원들은 나서서 말을 못하고 ‘친박 원로’인 이 위원장에게 총대를 메게 했을까. 나아가 제 돈 내고 골프 하는 공직자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공무원이 골프 접대를 받아도 직무와의 연관성이나 대가관계가 입증되지 않는 이상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다른 일로 걸려들었을 때 혐의에 추가되는 경우가 있지만 극히 드물다. 그러나 부조리는 여기서 싹튼다.

국민권익위가 추진해온 이른바 ‘김영란법’은 대가관계가 없어도 100만원 넘는 금품 수수나 향응만으로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대형 로펌을 넘나드는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의 회전문 인사와 스폰서 문화의 폐해를 막으려면 접대와 향응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법안을 처음 만든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생각이다. 웬만해선 대가관계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골프 접대를 서너번 받으면 징역·벌금형의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그런데 법무부와 권익위는 최근 징역·벌금형 대신 과태료를 물리는 수준으로 후퇴한 수정안을 만들기로 잠정 합의한 모양이다. 그나마 업무와 관련이 없으면 처벌해선 안 된다는 처음 입장에서 조금 양보한 것이다. 그러나 징역·벌금형에 비해 징벌 효과는 약할 수밖에 없다. 골프 해금 제안을 작당했던 국무위원들의 생각이 수정안에 반영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박 대통령 만난 사람을 이재용이 왜 자꾸…” 청와대 심기 불편
국정원 수사 검사 “수사팀 내 이견은 양념이냐 프라이드냐 밖에 없었다”
고엽제전우회가 전두환 체포에 나선 사연
점심시간에도 부장 눈치…“밥알이 코로 들어가”
[화보] “이승엽 352호 홈런볼 잡아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