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 이후 터키와 이란은 나란히 근대적 세속주의의 길을 걸었다. 아타튀르크, 즉 ‘튀르크의 아버지’로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은 소아시아 일대의 외국 군대를 몰아내고 1923년 터키를 건국했다. 아타튀르크는 의회를 만들고 그를 대통령으로 삼은 공화 정부를 수립했다. 여성에게 투표권과 관직에 나갈 권리를 부여했고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베일과 머릿수건 쓰는 것을 금지했다.
이란의 리자 팔레비 대령은 영국 도움을 받아 왕을 끌어내렸지만 1925년 자신을 왕으로 선포했다. 팔레비는 등록된 성직자에게만 터번을 쓸 수 있도록 했는데, 등록허가증 없이 터번을 쓰고 다니다가 잡히면 두들겨 맞거나 감옥에 끌려갔다. 팔레비 왕조는 도로, 공장, 국영 신문과 방송 등을 세우며 서구화에 앞장섰지만 국민의 자유는 극도로 억압했다.(<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뿌리와 이파리)
터키와 이란은 이후 사뭇 대조되는 길을 걸었다. 공화정의 틀을 갖춘 터키에서는 아타튀르크의 권위를 앞세운 군부 쿠데타로 세속주의 정부가 유지됐다. 이란에선 팔레비 왕조가 극도의 전제정치를 펴면서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신정정치를 불러들였다.
최근 터키에선 10년 집권 동안 인상적인 경제발전을 이루며 자신감을 축적한 에르도안 총리가 여성에게 히잡을 쓰게 하는 등 이슬람화 경향을 보이면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에선 언론 자유와 여권 신장 등을 공약한 중도파 하산 로하니가 15일 대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신정정치를 펴고 있는 아야톨라 하메네이에게 일격을 가했다.
이집트 등에서의 재스민 혁명이 풀뿌리 무슬림 세력들이 주도해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면 터키와 이란에선 세속주의를 지지하는 중산층 시민들이 국가의 무슬림 근본주의화 경향에 제동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재스민 혁명은 개별 나라의 사정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전개되지만 독재와 비합리, 사회적 편견에 저항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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