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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예의바른 무관심 / 구본권

등록 2013-05-19 19:29수정 2013-05-20 02:47

검색엔진의 추천 검색어와 검색어 자동완성은 글자 입력을 돕는 역할도 있지만 주된 구실은 사용자가 알려고 하지 않던 것까지 안내해주는, 검색 시장에서 ‘수요 창출’ 기능이다. “다른 사람들은 흥미를 보이고 있으니 너도 알아보는 게 어때?”라는 유혹을 뿌리치긴 어렵다. 포털의 실시간 인기검색어는 더 노골적이고 영향력 또한 적지 않다. 최근 독일과 일본에서 구글의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이 사생활 침해라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도시생활에서 대중교통과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면서 살이 부대끼고 눈길을 교환하더라도 짐짓 모른 척하는 것은 일종의 에티켓이 됐다. 상대의 익명성과 사생활을 보호해야 자신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도시민들에게 암묵적으로 공유돼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1970년대 ‘예의바른 무관심’(civil inattention)이란 개념을 제시하고, 현대 도시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카페에서 옆자리 대화를 들어도 못 들은 척하고, 지하철에서 옆 승객의 전화통화도 모른 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중인환시리’라는 옛 표현에서 볼 수 있듯 공공장소에서의 행위는 사적 공간과 다르게 취급받는다. 공개적 의사표현에 대해서는 프라이버시 권리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똑같은 행인의 사진이라도 주장을 알리려 나선 시위대와 무심히 길을 지나던 여성의 초상권은 다르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공개되는 특성이 있지만, 사회관계망 같은 서비스를 통해 모든 게 연결되는 현실에서 인터넷을 공공적 공간으로 규정하면 사생활 영역은 사라진다. 남모르게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구글안경 같은 기기는 우려를 가중시킨다.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기술적 속성에 어울리는 새로운 에티켓이 요구된다. 사용자들도 누군가를 향한 관심을 신상털기와 정보검색으로 연결시키는 대신, 평온함 삶을 위해 도시민들이 합의한 ‘예의바른 무관심’을 배울 필요가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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