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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안철수, 역발상의 정치는 어떤가 / 백기철

등록 2013-05-02 18:58수정 2013-05-02 19:02

백기철 논설위원
백기철 논설위원
4·24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을 보고 있으면 왠지 측은한 생각이 든다. 득표율 60%를 자랑하며 화려하게 등원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다. 시간을 거꾸로 거스른 것 같기도 하다. 총선이 불과 1년 전이었는데 그땐 뭐 하고 이제야 국회에 들어왔나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안철수 신당 지지율 1위라는 여론조사 결과는 불길한 전주곡 같다. 대선 정국에서 한때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안철수의 도전이 물거품이 됐듯이….

안철수에겐 대체로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앞선 제3세력 주자들처럼 주어진 유통기한까지 이리저리 용틀임하다 결국 사그라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 정치세력을 포섭하든, 포섭되든 정치권의 또다른 주류가 되는 것이다. 정치권은 대체로 안철수가 전자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민주통합당의 지리멸렬과 박근혜 대통령의 자충수가 계속되면서 안철수의 새 정치가 의외로 힘을 받을 수 있지만, 종국적으로 정치권의 대세를 장악할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안철수의 최종 목표랄 수 있는 대권 문제로 가면 답은 더 안 보인다. 민주당엔 내년에 재선되면 대선으로 직행할 태세인 박원순 서울시장, 대선 득표율 48%를 자산으로 하는 문재인 의원 등이 버티고 있다. 10년 보수정권이 계속됐고, 박근혜 대통령이 잘해야 욕 안 먹는 정도일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야권 내 대권 다툼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초선의원 안철수는 새 정치 구호 말고는 맨주먹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안철수의 길은 무엇일까? 일단은 대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대권을 유예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출마 포기 선언을 하라는 게 아니다. 대권은 덤이고 새 정치는 필생의 과업이라 생각하는 게 좋다. 여태껏 그래 왔듯 희생하고 양보하는 좋은 정치를 하면 된다. 안철수가 대권을 향해 다가가면 갈수록 새 정치로부터 조금씩 멀어진다. 이해득실 따지지 않고 새 정치에 매진하면 언젠가 대권은 덤으로 올 수 있다. 대권 그 자체가 목표라면 안철수는 무주공산의 새누리당이나 제1야당 민주당으로 들어가는 게 더 현실적이다.

안철수에겐 역발상의 정치가 필요하다. 일천한 정치경험을 굳이 감추며 지도자연하거나 대권주자인 양할 필요 없다. 목에 힘주는 정치지도자보다는 새 정치를 원하는 국민의 충실한 대변인 노릇을 하면 된다. 안철수가 기존 정치의 공식대로 정당을 크게 만들어 세력을 불리려 들거나, 이를 토대로 정치권을 겁박하려 들면 결국은 더 초라해질 수 있다.

개인 안철수가 정치적으로 소멸하는 건 뭐랄 수 없지만 그를 통해 한국 정치의 일대 혁신을 염원한 유권자들이 낙담하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고 새 정치는 일종의 사기라는 주장은 본의와 관계없이 기존 정치엘리트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는 정당정치의 외곽에서 시민정치가 끊임없이 도전하고 견인하는 특유의 역동성이 있다. 물론 종국적으로 정당이 결실을 맺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정치 특유의 정당정치와 시민정치의 상호작용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중요하다.

지난 1년의 참담한 실패로 볼 때 안철수는 앞으로 5년, 아니 10년을 더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길게 보고 준비하며 새 정치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게 좋다. 나이가 비교적 젊으니 좋은 정권 한두 번 만드는 산파역을 한다고 생각해도 늦지 않다. 안철수는 새 정치로 이어지는 가시밭길을 외로이 걸어야 할 운명인지도 모른다. 앞선 이들처럼 곧 사그라지지도 않고, 헌 정치의 늪에 빠지지도 않으면서 새 정치의 불씨를 이어가는 제3의 길을 그가 걸을 수 있을까?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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