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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빠름 빠름 빠름’ / 구본권

등록 2013-04-14 19:08

지난주 국내 이동통신 엘티이(LTE) 가입자가 2000만명을 돌파했다. 업체간 치열한 경쟁에 오는 9월께면 현재보다 2배로 빠른 ‘진보된 엘티이(LTE-A)’ 기술이 서비스될 예정이다. 지난해 휴대전화를 교체한 이용자는 67.8%로 한국은 휴대전화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바꾸는 나라로 조사됐다. 통신상품 광고처럼 ‘빠름 빠름 빠름’의 사회다. 밀란 쿤데라는 “속도는 기술혁명이 인간에게 선사한 엑스터시”라고 표현했다.

‘빨리빨리’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 특징이다. 428㎞를 2년5개월 만에 완공한 경부고속도로는 세계 최단기 건설 고속도로다. 빨리빨리 문화는 선착순, 공기 단축, 날림공사, 밤샘작업, 총알배달, 조기교육, 짧은 식사, 선행학습 등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 깊다. 남쪽만의 일도 아니다. 북한은 1974년 노동당 회의에서 “달리는 천리마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속도전을 공식 구호로 채택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빨리빨리 문화의 구조적 동인으로 획일주의 문화, 군사정권의 개발독재, 수출우선주의, 높은 평등의식, 각개약진주의를 꼽았다. 조선시대 뒤늦은 개화와 이로 인한 식민지 경험이 변화와 속도를 절실하게 추구하게 만든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때 한국인의 조급증으로 불렸던 ‘빨리빨리’는 정보화로 공간과 시간의 전통적 거리가 사라지고 전세계가 동기화된 환경에서 최고의 경쟁력으로 추앙받고 있다. 세계 주요 기업들은 한국 시장을 테스트시장으로 간주한다.

한국 사회에서 속도 숭배에 대한 저항은 느림에 대한 예찬과 실천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는 사회지표다. 출산율 저하, 고령화, 자살률 상승은 그 빠르기에서 비할 곳이 없다. 무자비한 속도 경쟁에서 절망한 이들, 낙오가 두려워 짐을 가볍게 유지하려는 이들이 보내는 집단적 구조요청 신호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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