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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나의 노후, 국민연금 / 김영배

등록 2013-03-03 19:08수정 2013-03-06 09:54

김영배 경제부장
김영배 경제부장
내가 늙어서 받게 될 국민연금은 얼마나 될까?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연금 개편안을 내놓은 뒤 끓고 있는 국민연금 논란 속에 궁금증이 일어 공단 누리집에 접속해 봤다. ‘연금 서비스’→‘내 연금 알아보기’→‘예상연금 조회’로 찾아 들어가 공인인증 절차를 거치니 예상 연금액이 뜬다. 매달 102만6740원(어, 이러면 내 월급 수준이 다 들통나는 건가?), 지급 시기는 만 64살에 이르는 2032년 5월부터라고 돼 있다.

노후 생활을 할 정도로 충분하다 할 순 없어도 적은 돈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현직에서 떠나 필경 ‘백수 생활’ 수년째일 것으로 예상되는 2028년 4월까지 총 420개월에 이르는 납부 월수를 꽉 채워야 한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102만6740원은 물가 상승을 고려해 현재 가치로 환산된 액수인데다 현재 금리가 매우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여겨진다는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연이율 3%를 기준으로 삼을 때 매월 100만원의 이자를 받기 위해 은행에 넣어둬야 할 돈은 4억원에 이른다.

인수위의 연금 개편안은 홀로 시골살이를 하고 있는 70대 노모뿐 아니라 내 노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미 보도된 개편안을 다시 요약해보면 이렇다. “현재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수준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의 명칭을 2014년 7월부터 ‘기초연금’으로 바꾸고 지급 대상은 65살 이상 노인 전체로 확대한다.” 애초 대선 공약 때 20만원이었던 지급 액수는 바뀌어 국민연금 가입 여부 및 기간에 따라 14만(연금 가입 기간 10년 미만)~20만원(가입 기간 30~40년)으로 차등화된 것도 익히 알려진 대로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건물.  <한겨레> 자료 사진
국민연금관리공단 건물. <한겨레> 자료 사진

이 방안이 그대로 확정돼 시행된다면, 국민연금 미가입자인 시골 어머니는 기초연금 명목으로 20만원을 다달이 받게 된다. 지금은 기초노령연금으로 약 10만원을 받는 실정인 것에 견줘보면 꽤 쏠쏠해지는 셈이다. 반면, 아들 쪽은 조금 손해를 보게 생겼다. 가입 기간 20~30년을 채우고 65살에 이르면 기초연금으로 18만원(20만원보다 2만원 적음)을 받게 된다.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라 2008년부터 국민연금 가입자 월평균 소득의 5%(현재 가치로 대략 10만원)에서 시작해 2028년에는 평균 소득의 10%(현재 가치로 20만원)를 65살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게 돼 있다. 인수위의 개편안에 따라 50살 이하 젊은층의 기초연금은 애초 법령보다 늘어나는 게 아니라 줄어든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대체로 짧은 비정규직, 여성 쪽의 손해 폭은 더 커진다.

아들 쪽이 좀 손해를 본 대신 어머니 쪽이 득을 봤으니, 그럼 된 것 아니냐고 흘려넘기기 어려운 게,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세대간 갈등의 골이 이미 깊어져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꼬박꼬박 납부해온 젊은이들이 국민연금 미가입자에 견줘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감을 키운다는 문제는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2007년 국민연금 개혁으로 받을 돈이 이미 한 차례 크게 줄어 불신이 ‘괴담’으로까지 번진 바 있는 터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실낱같은 노후 보장 장치인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매우 위험한 신호다. 공적 연금을 더 허약하게 만들고 사적 연금을 살찌울 개연성도 다분하다. 이런저런 논란을 다 차치하고, 인수위의 연금 개편안은 너무 복잡하다. 좀더 간명하게 다듬고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요인을 없애 국민연금 가입자, 특히 젊은층의 흔쾌한 동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김영배 경제부장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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