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셀프 사면’ / 김이택

등록 2013-01-29 19:19

15대 대통령 선거 이틀 뒤인 1997년 12월20일 낮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을 만난 김대중 당선자는 내란 등 혐의로 수감중이던 전두환·노태우씨에 대한 사면을 요청했다. 이틀 뒤 두 사람은 전격 석방됐다. 이 자리에서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김 대통령은 김 당선자 쪽에 당시 한보비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차남 김현철씨에 대한 선처를 은밀히 부탁했다. 새 정부 출범 뒤 김대중 대통령은 김현철씨 사면을 추진하도록 참모들에게 지시했으나 내부의 벽에 부닥쳤다. 박상천 당시 법무부 장관은 ‘불법사면 안 됩니다’라는 보고서까지 김 대통령에게 올리며 극력 반대하고 나섰다.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 사면하려면 검찰이 공소 취하를 해야 하는데 법리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김씨는 1년여가 지난 다음해 8·15 때 잔형 면제를 받고 그다음 해 8·15가 돼서야 복권이 됐다.

이 일로 양 김의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와대의 전직 대통령 초청 모임에도 나가지 않다가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000년 5월에야 처음 참석했지만 그해 10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노벨상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며 독설을 날리기 시작했다.

김씨 사면 불발은 당시 여소야대 돌파를 위해 민주계와 이른바 ‘토네이도 방식’의 민주대연합을 구상하고 있던 문희상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정국 운영 구상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정권 교체기 사면 때마다 논란이 뜨겁다. 노무현 정부 말에는 최도술 청와대 전 총무비서관이 포함돼 문제가 됐다. 그러나 자기 가족이나 핵심 측근들을 대통령이 직접 사면하는 이른바 ‘셀프 사면’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최시중·천신일씨 등 측근을 사면한 데 대해 야당이 “셀프 사면은 범죄”라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윤여준 “특전사 출신 문재인, 사생관이 좀 약했다”
김용준, 과거 “은행예금만 했다”더니…‘양치기소년’ 이었나
MB 특사에 ‘극우ㆍ뉴라이트’ 끼워넣기
아픈 친구 등에 업고…눈물겨운 ‘돌고래 우정’
‘충칭시 고위 공무원 음란비디오’ 성스캔들 파문 일파만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사설] ‘모든 책임 지겠다’는 사령관, 내 책임 아니라는 대통령 1.

[사설] ‘모든 책임 지겠다’는 사령관, 내 책임 아니라는 대통령

내란을 내란이라 부르지 못하는 21세기 ‘벌열’ [.txt] 2.

내란을 내란이라 부르지 못하는 21세기 ‘벌열’ [.txt]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리는 ‘양심의 구성’ [강수돌 칼럼] 3.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리는 ‘양심의 구성’ [강수돌 칼럼]

“부당 지시 왜 따랐냐”…윤석열 ‘유체이탈’ [2월7일 뉴스뷰리핑] 4.

“부당 지시 왜 따랐냐”…윤석열 ‘유체이탈’ [2월7일 뉴스뷰리핑]

[사설] 자신 위해 싸우라는 윤석열의 ‘옥중 정치’, 불복 선동하는 것인가 5.

[사설] 자신 위해 싸우라는 윤석열의 ‘옥중 정치’, 불복 선동하는 것인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