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방한하는 미얀마의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김 전 대통령 생전에 두 사람은 직접 대면한 적은 없지만 깊은 정신적 유대를 맺었다. 두 사람 모두 민주화운동을 이끌다 연금과 투옥을 반복했으니 동병상련했을 법도 하다.
수치는 2010년 10월 14년간의 연금이 풀린 뒤 한국 언론 가운데는 처음으로 <한겨레>와 만나 한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외국에서) 우리를 지지하던 사람들도 일단 정권을 잡으면 예전 같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예외였다. 변함없이 우리를 지지해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씨가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에서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 큰 상실감을 받았다. 그의 고귀한 지지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1994년 아·태 민주지도자회의를 창설해 수치에 대한 지원 문제를 논의했고, 2007년엔 미얀마 민주화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다른 국제지도자들과 함께 미얀마 방문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같은 해 서울에서 ‘버마 민주화의 밤’을 개최해 성금 4만달러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번에 평창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개막식 참석차 방한하는 수치는 2월1일 김대중평화센터를 찾아 이희호씨를 만날 예정이다. 생전에 대면하지 못한 김 전 대통령을 대신해 이씨와 만나 고단했던 시절의 아픔과 회한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수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만날 예정인데, 두 사람은 선친이 모두 국가 지도자이고 비운의 흉탄에 스러진 점 등 여러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살아온 길은 전연 딴판이다.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며 고난의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수치는 김 전 대통령과 더 닮은꼴이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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