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는 7세기 우마이야 왕조가 수도로 삼은 뒤 이슬람 도시로 번창했다. 이곳은 ‘문명의 십자로’라고 불릴 만큼 여러 민족이 명멸했는데, 히타이트, 페니키아, 아시리아, 페르시아, 로마, 비잔틴, 오스만튀르크, 프랑스 등이다.
우마이야 왕조는 이슬람 초기 ‘올바르게 인도받은 자들’이라 불린 네 명의 칼리프 시대가 끝나고 분열의 씨앗이 움튼 시대였다. 우마이야 왕조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사위인 네번째 칼리프 알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성립했다. 뒤이어 알리의 아들 후세인이 이끄는 72명의 순교자들을 사막에서 무참하게 몰살시켰다. 이때부터 알리와 후세인만을 무함마드의 정식 후계자로 받드는 시아파가 태동했다.
다마스쿠스는 사도 바울의 도시이기도 하다. 기독교 박해에 앞장섰던 바울이 다마스쿠스(다메섹)를 찾은 것은 예수를 따르는 무리가 많다는 소문을 듣고 그들을 붙잡기 위해서였다. 바울은 다마스쿠스 근처에서 부활한 예수를 만난 뒤 극적인 ‘회심’을 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시리아를 차지한 프랑스는 나라를 시리아와 레바논으로 쪼갰다. 레바논의 마론파 그리스도교를 보호하기 위한 인위적인 국경 설정이었다.
4000여년의 긴 도시 문명을 자랑하는 다마스쿠스는 지금 전장으로 변하고 있다. 22개월 계속된 시리아 내전 와중에 6만명이 숨졌다고 유엔은 추산했다. 정부군과 반군은 다마스쿠스를 차지하기 위해 숨막히는 공방전을 계속하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내전은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독재자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 일족이 속한 시아파와 반군의 주력인 수니파의 대결인 동시에, 시아파의 수장 격인 이란과 수니파 수장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리전이기도 하다. 또 1차 대전 이후 이 지역을 자기들 멋대로 갈라놓은 서구 세력들의 각축장이기도 하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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