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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호의 궁지] 설득의 원리

등록 2012-11-19 19:34수정 2012-11-20 10:21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1. “환경보호를 위해 수건을 재활용해 주세요!” 호텔에 가면 수건을 재사용해 달라는 카드가 욕실에 걸려 있다. 베스트셀러인 <설득의 심리학>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이 메시지에 변화를 줄 때 실제 수건 재활용률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알아보는 흥미로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첫번째는 위와 같은 일반적인 환경보호 메시지, 두번째는 “만약 손님들께서 수건을 재활용해 주신다면 절약되는 금액의 일부를 환경단체에 기부하겠습니다”, 세번째는 해당 호텔이 환경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한 뒤 “저희의 환경보호 노력에 동참해 주시겠어요?”라고 써넣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일반적 환경보호 메시지가 35%의 재활용률을 기록한 반면, 두번째 메시지는 오히려 30%로 떨어졌고, 세번째 메시지는 45%로 급격히 늘어났다.

많은 기업들이 제품을 사주면 좋은 곳에 기부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설득의 원리를 오해한 결과이다. “팔아주면 착한 일 하겠다”는 제품보다는 같은 값이면 착한 일을 하고 있는 기업의 제품을 사주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다.

이 실험이 선거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정권교체해 주신다면 반드시 정치개혁해 내겠습니다”보다는 “선거 및 단일화 과정부터 우리가 하려는 정치혁신이 무엇인지를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저희를 뽑아 주십시오”가 설득의 원리상 훨씬 더 효과적이다. 중단되었던 단일화 협상이 극적으로 재개되었다. ‘정치혁신’의 사례를 국민에게 생생하게 ‘먼저’ 보여주는 단일화 협상을 기대한다.

2. “A와 B 중에 한 사람만 승진시킬 수 있는데, 정말 고민입니다.” 한 고객에게 전화를 받았다. 심사도 문제지만 승진 못한 사람의 반발이 클 것 같아 고민을 하고 있었다. 대화 끝에 심사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든 역지사지할 수 있는 ‘무엇’을 넣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때 그가 엉뚱한 아이디어를 냈다. “각자 인사위원회 앞으로 ‘상대방이 승진해야 하는 이유’와 ‘내가 승진하면 안 되는 이유’를 써내게 하면 어떨까요?” 그 말에 나는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쳤고, 이 ‘희한한 요청’을 두 사람이 문제없이 받아들이도록 몇 가지 논의를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당사자들이 두 가지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승진이 안 될 수도 있다는 현실, 그리고 상대방의 장점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승진 발표 때 예상했던 큰 반발 없이 마무리되었다.

두 후보에게 상대방이 단일후보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실례’이겠지만, 적어도 아름다운 단일화란 두 후보의 역지사지 정신이 국민들에게 전달될 때 가능할 것이다.

3. “얻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주어야만 한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사실 이 말은 설득과 협상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상호성을 아주 잘 말해준다. 치알디니 교수는 일반 사람들은 받은 만큼 주는 ‘소극적’ 상호성을 실천한다면, 진정한 프로들은 받고 싶은 것을 ‘먼저’ 준다고 했다. <협력의 진화>로 유명한 천재 정치학자 로버트 액셀로드는 정치세계에서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방식으로 상호성을 꼽았다.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 방식을 모두 안철수 후보에게 양보하는 순간 문 후보는 더 큰 것을 얻었다. 이제 안 후보도 큰 결단으로 화답하여 “아, 두 사람이 단일화하는 과정을 보니 이들이라면 좀 세상이 달라지겠구나!” 하고 국민을 감동시키는 정치드라마를 완성해주길 바란다.

감동이 없는 단일화 드라마는 시청률(투표율)도 떨어지고, 단일화하고도 지는 드라마, 즉 새누리당으로서는 가장 극적인 승리의 드라마로 이어질 것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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