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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떠오르는 화두, 도시의 혁신 / 박창식

등록 2012-10-18 20:56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한겨레신문사가 엊그제 이틀 동안 아시아미래포럼을 열었다. 이 포럼은 세계의 번영과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면서 아시아의 협력을 모색하는 무대다. 사회책임경영과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대안경제 담론을 일궈나가는 고유의 성격도 갖고 있다. 3회째를 맞은 올해 행사에는 특히 박근혜, 안철수 대선후보가 참석해 국가경영 지도력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문재인 후보는 언론사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오지 않았다.) 세계경제 불안과 양극화가 깊어지면서 대안 담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움직임으로 읽혔다.

모두 6개의 세션 가운데 필자는 ‘도시의 혁신’ 세션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도시혁신은 사회혁신을 도시 차원에서 실천하자는 것이다. 사회혁신은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사회혁신이 세계경제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개선할 것’이라는 주제를 토론하면서 지식계의 화두로 새롭게 떠올랐다. 유럽연합의 발전전략을 담은 ‘유럽 2020’ 보고서(2010)도 사회혁신을 신성장동력으로 다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세션 발제자로 ‘공유도시’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토건경제가 개발과 건설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기왕의 물적·인적 연결망과 정보를 공유해 자원의 활용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자는 이야기였다. 예를 들어 기존의 주차장 10%를 공유하면 주차장 3725면을 새로 짓는 효과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주차장의 경우 서울에는 새로 지을 땅도 없다. ‘공유’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는 셈이다.

박 시장은 내년에 공유도시 지원을 위해 예산 16억원을 투자하면, 1675억원의 사업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서울은 정보기술과 사회연결망서비스(에스엔에스)가 발달해, 공유 범위를 넓혀가기 좋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스페인 빌바오시와 스웨덴 말뫼시는 굴뚝산업이 쇠퇴하자 각기 문화산업, 친환경산업으로 눈을 돌려 도시를 재생시켰다. 이본 아레소 빌바오 부시장은 “인적자원과 지식, 문화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두 도시의 부시장과 시장은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도시 재생 이전과 이후 모습을 실감나게 비교해줬다.

유럽도 빌바오와 말뫼 같은 성공 사례를 축적하기까지 지도력의 역할이 컸던 듯했다. 아레소 부시장은 “(도시 재생의 견인차 구실을 한)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을 때도 처음에는 시민 반대가 많았다”며 “시민 참여를 장려하되 때로는 (과감한) 리더십으로 의사결정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지속가능하려면 성과를 내야 한다”며 “질 높은 시민참여”를 강조했다.

도시의 혁신 세션에 김영배 성북구청장, 유종필 관악구청장, 박홍섭 마포구청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이창현 서울연구원장 등 여러 단체장과 연구자들이 청중석에 죽 자리잡은 것도 이채로웠다. 도시 문제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새로운 해법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올해로 3회째인 아시아미래포럼은 정세에 따라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리더십의 변혁’ 등 큰 주제를 정하고, 그 안에서 사회책임경영, 협동조합 등을 분과 세션으로 다뤄왔다. 도시의 혁신은 포럼을 주관하는 한겨레경제연구소가 한차례 소주제로 잡아본 것이다. 그런데 여러모로 반응이 좋아 앞으로 상당기간 포럼 소주제 가운데 하나로 고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개발 속도전의 결과로 도시의 외형이 화려해진다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도시혁신에 관한 논의가 사람들이 도시 안에서 더욱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길 기대한다.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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