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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전자지도 / 구본권

등록 2012-10-03 19:30

애플이 아이폰5와 새 운영체제(iOS6)에 탑재해 내놓은 지도에서 동티가 났다. 각종 장소의 위치가 잘못돼 있고 3차원 이미지가 엉망으로 표시되는 등 지도 구실을 못하고 있다. 여의도를 보면 국회 앞 식당은 수십곳이 표시되지만 정작 국회도, 지하철역도 없는 엉터리 지도다. 결국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28일 사과했다.

아이폰이 2007년 선보인 이후 줄곧 구글 지도가 기본탑재돼 왔는데, 애플과 구글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난달 애플 자체 지도로 대체됐다. 하지만 업체간 경쟁이 편익을 키우는 대신 경쟁업체의 서비스를 차단하고 배제해 소비자들은 새 제품에서 오히려 서비스 품질 저하를 맛보게 됐다. 애플이 무리수를 감행한 배경엔 스마트폰 시대 전자지도의 중요성이 있다. 사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맞춤화된 정보와 광고 등을 위해서는 자체 지도가 필수적이다.

국내에서 애플과 구글의 전자지도 다툼을 보자면 착잡하다. 국내엔 국외 지도반출 금지라는 독특한 규제가 있어, 국외 업체가 국내에서 지도 서비스를 하려면 국내에 서버를 별도로 두어야 한다. 국외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포기하게 만드는 규제다. 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교도소나 열병합발전소도 지도에 표시 못해,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갈 수 없다. 전자지도에 좌표값도 표시할 수 없다. 정보화 환경에 무신경한 구닥다리 규제다.

인터넷으로 세계 곳곳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이다. 누구나 구글어스에서 미 공군의 전략 요충지인 괌 앤더슨 기지를 찾으면 착륙해 있는 전투기의 대수와 기종을 확인해볼 수 있는 환경이다. 보안도 이에 맞춰져 있다. 인터넷으로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를 국내용 전자지도에서 막아봐야 국내 이용자만 불편하고 기술 경쟁력만 떨어뜨리는 헛짓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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