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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인간 예수 / 백기철

등록 2012-09-23 19:22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의 영도로 이집트를 탈출하는 출애굽기는 구약성경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야훼는 홍해의 물을 갈라 이스라엘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게 해주었다. 그로부터 40년 뒤 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 백성은 ‘약속의 땅’ 가나안의 모든 도시를 파괴하고 거주자들을 죽인 뒤 그 땅을 점령했다.

고고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구약성경과는 사뭇 다르다. 구약의 이집트 대탈출기는 역사적 근거가 별로 없다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합의다.(<축의 시대>, 캐런 암스트롱) 학자들은 구약에서 묘사된 대량학살의 흔적도, 외지인 침입 흔적도, 이집트 유물도, 인구 변화의 표시도 발견하지 못했다. 무언가 극도의 사회경제적 분열 뒤에 새 질서가 잡히면서 출애굽기라는 민족의 서사시가 태어났다는 것이다. 성경과 실제 역사는 상당 부분 다를 수 있다.

미국의 종교학자 빌 핍스는 <예수는 결혼했던가>란 책에서 예수가 결혼했다는 주장을 폈다. 당시 유대 사회에선 결혼 안 하는 걸 상상하기 어려웠다는 것인데, 결혼해 아이 낳는 것을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세기 1:28)는 하나님 명령에 따르는 의무로 여겼기 때문이다. 예수는 아내로 추정되는 막달라 마리아를 갈릴리 해변의 조그만 어촌에서 데리고 와 부인 겸 제자로 삼았다는 것이다.(<예수는 없다>, 오강남) 예수에게 부인이 있었다는 추정을 불러일으킨 고대 문서에 나온 얘기가 새삼스러운 건 아닌 셈이다.

성경은 구전돼오던 얘기들을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문자로 기록한 책이다. 성경의 창조는 수백년에 걸친 영적 과정이었다. 기독교 신앙 이전의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대상인 그리스도로서의 예수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예수가 결혼을 했든 안 했든 그가 인류에게 선사한 믿음과 사랑의 가르침은 변치 않는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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