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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호의 궁지] 소통 전략: ‘내 입’과 ‘남의 입’

등록 2012-08-27 19:13수정 2012-08-28 15:46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자신의 강점은 ‘남의 입’에서, 약점은 ‘내 입’에서 먼저 나올 때 리더의 소통은 더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재작년 한 조찬 세미나에서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로서 15년 동안 일하며 얻은 결론을 한마디로 압축하여 말했던 적이 있다. 나는 이러한 소통의 태도를 ‘쿨(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로 정의했다. ‘모든 것’이 공개되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특히 자신의 실수나 잘못과 같은 약점에 대해서 ‘쿨하게’ 먼저 ‘내 입’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더 나은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고백: 광고와 미술, 대중’전을 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 최초의 근대광고는 1886년 2월22일 세창양행이 <한성주보> 4호에 실은 것인데, 개화기 당시 광고를 뜻했던 단어가 다름 아닌 ‘고백’(告白)이었다는 점이다. ‘감추어둔 사실을 숨김없이 밝힌다’는 뜻인 ‘고백’은 우리가 알고 있는 ‘광고’와는 반대말에 가깝다.

더욱 흥미로운 점. 최근 앞서가는 기업들은 새로운 소통 전략으로 자신의 약점을 ‘자기 입’으로 ‘고백’하고 있다. 지난주 서울에서 세미나를 연 ‘트렌드워칭’사는 이런 트렌드를 ‘결함이 있는 상태를 오히려 인간적으로 접근한다’는 뜻에서 ‘플로섬’(flawsome)이라는 신조어로 요약했다. 그들이 소개한 두 가지 사례.

#1. 피자 배달업체로 유명한 도미노피자는 2011년 7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옥외광고판이라는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 특별 광고 캠페인을 실시했다. 고객들이 웹사이트에 올리는 긍정적 피드백은 물론 부정적 피드백도 노출한 것이다.

#2. 맥도널드 캐나다지사는 소비자로부터 왜 매장에서 사먹는 햄버거가 광고에서 보는 햄버거처럼 멋지지 않은지 질문을 받았다. 이들은 동영상을 통해 그들이 광고의 목적으로 햄버거를 맛있게 보이게 하기 위해 각종 전문가들이 주사기와 컴퓨터로 이미지를 어떻게 ‘조작’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러한 ‘고백’ 광고는 오히려 실망보다 신뢰 여론을 얻게 되었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는 있었다. <투명경영>을 쓴 돈 탭스콧과 데이비드 티콜이 소개한 사례를 보자.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설립자 이본 슈나드는 1991년 제품 카탈로그에 이런 글을 썼다. “지난가을 우리가 생산한 등산복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환경감사를 받았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석유를 주원료로 하는 폴리에스테르가 가장 큰 문제였다….” 슈나드는 그 후 유기농 면직물 사용을 발표했고, 경쟁사에도 이를 권장했다. 파타고니아는 유기면 사용 후, 처음에는 원료 및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매출이 감소했으나 곧 환경 친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경쟁사들도 이런 원료를 쓰기 시작하여 다시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를 얻었다.

몇년 전 현대카드 빌딩을 방문한 적이 있다. 1층에 있는 직원 카페테리아에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것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고객들의 불만을 실시간으로 노출하고 있었다. 직원들에게 공유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었지만, 외부 손님들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고백은 영혼에 유익하다’는 스코틀랜드 속담이 있다. ‘고백’이 윤리적으로 옳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투명성의 시대에 앞선 리더와 조직은 자신들의 실수와 잘못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공개 고백’을 통해 신뢰는 물론 좋은 결과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네거티브 공세’를 경쟁자가 아닌 자신에게 향하게 하는 지혜로운 리더를 이번 대선에서는 볼 수 있을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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