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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박근혜의 위기 민주당의 기회

등록 2012-08-08 19:23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큰일이다. 경제가 심각한데 박근혜는 신뢰를 잃고 있다. 정권 넘어가게 생겼다.”

그는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자나 깨나 ‘나라 걱정’ 하는 강남 보수층이 요즘 끼리끼리 점심 저녁을 먹으며 그런 얘기를 한다고 했다. 박근혜 후보는 확실히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5·16이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억지를 부린 데 이어, 공천장사 의혹이 터졌다.

이번 사건의 진원지인 현기환 전 의원은 당내에서 모두 인정하는 ‘친박’이다. 그를 공천위원으로 임명한 사람이 바로 박근혜 후보다. 또다른 친박 실세 의원의 공천장사 의혹도 불거지기 직전이다.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당명까지 바꾸고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던 박근혜 후보의 치마폭 뒤에서 추악한 매관매직 범죄가 자행됐던 것이다.

경선을 하던 다른 후보들이 일정 중단을 요구했다. 그럴 만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대선 주자로 나오신다는 분들이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것은 정말 실망스럽다”고 오히려 화를 냈다. 표정에 오만과 독선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박근혜 후보는 총선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 앞에 엎드려 참회하고 철저한 수사를 자청해야 마땅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치를 하다 보면 사고는 언제나 터진다. 실수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와 실수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위기에 빠진다.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종말을 맞는다. 그게 정치의 법칙이다. 기득권 세력도 위기를 감지한 것 같다. 보수 언론의 논객이 박근혜 후보의 오만을 경고하고 나섰다.

박근혜 후보가 당분간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검찰 수사가 진척되면 정치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지지율도 떨어질 것이다. 그의 참모들은 당 후보가 공식 확정되는 8월20일을 반전의 계기로 준비하고 있다. 극심한 경제난을 강조하고 박근혜 후보를 해결사로 부각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잘될까? 잘 안될 것이다. 메신저의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는 국민들도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중국집 종업원 복장이 지저분하면 자장면 맛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박근혜 후보는 끝난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에게는 기회가 두 차례 정도 남아 있다. 첫째, 9월께 본선 캠프를 꾸리면서 ‘리셋’ 수준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호가호위형 친박 인사들은 다 잘라내야 한다. 물론 박근혜 후보 자신의 근본적인 성찰과 각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10월에는 파격적인 경제 민주화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대선 구도를 ‘박근혜 대 기득권 세력’으로 짜야 한다. 경제 민주화를 실천할 수 있는 인재풀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정치적 기반은 기득권 세력이다. 그가 두 차례의 기회를 과연 살릴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대선에는 늘 상대방이 있다. 박근혜 후보의 위기는 야권의 기회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은 8월25일에 시작해 9월16일 끝난다. 결선을 하면 9월23일에 후보가 확정된다. 한 달 동안은 민주당이 정치적 주도권을 쥐게 된다. 따라서 민주당은 지금 안철수 원장에 기댈 때가 아니다. 민주당 후보 필승론과 민주당 자강론으로 무장해야 한다.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는 사람은 꽃가루 효과로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다. 이해찬 대표가 말한 10월이 됐을 때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안철수 원장보다 높으면 민주당 후보가 본선에 진출한다. 미치지 못하면 매우 복잡한 ‘플레이오프’ 국면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온 국민의 시선은 민주당과 안철수 원장에게 쏠릴 것이다.

야권의 플레이오프는 단순한 권력게임 이상이다. 양쪽에서 밀도 있게 준비한 정책이 융합과 조정 국면을 거치며 만만치 않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플레이오프가 진행되는 동안 정치적 주도권은 역시 야권이 쥐게 된다.

그렇다. 시간은 많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는 후보등록 직전인 11월24일 밤에야 이뤄졌다. ‘다이내믹 코리아’의 4개월은 다른 나라의 4년과 같다. 12월19일 대통령 선거는 아직 멀었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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