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케이프타운에서 10㎞ 떨어진 바다 위에 외롭게 떠있는 로벤섬. 남아공 백인정부는 저항운동을 분쇄하기 위해 넬슨 만델라를 비롯해 인종차별정책 반대 조직의 간부와 조직원들을 이곳에 격리 수용했다. 그 앞바다는 파도가 거칠고 상어가 우글거려 이곳을 지나는 배가 침몰하면 수많은 선원들이 목숨을 잃곤 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1960년대 초 남아공 정부는 이곳에 거대한 교도소 건물을 새로 지어 6m 높이의 철망을 둘러쳤다. 여기에 갇힌 1400여명의 정치범들은 셔츠를 뭉쳐 공을 만들고, 해안에 떠밀려온 그물로 짠 골망을 걸어 놓고 축구를 즐겼다. 4년간의 투쟁 끝에 교도소 쪽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축구경기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쟁취한 이들은 숨진 원주민 출신 장군의 이름을 따 1966년 마카나축구협회를 발족했다. 정식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규칙에 따라 3개 리그로 나눠 매니저와 코치·심판까지 두었다. 피파는 나중에 마카나축구협회를 정식 회원으로 인정했다. 1991년 감옥이 폐쇄될 때까지 20여년 동안 주중에는 채석장에서 노동하고 주말에는 리그전을 치르는 일정을 빼놓지 않았다.
이들의 이야기는 <경기 이상의 것>(More than Just a Game)이라는 다큐멘터리 드라마, 이어 같은 이름의 책(한국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축구야말로 이들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이었다. 축구는 기원전 6~7세기부터 시작돼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다. 유엔 회원 192개국보다 많은 208개 나라가 피파에 가입해 있다.
우리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엊그제 축구종가 영국을 누르고 사상 처음 4강에 진출했다.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감동이었고, 땀에 흠뻑 젖은 그들의 얼굴은 아름답게 빛났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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