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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힐링캠프’의 두 얼굴 / 김이택

등록 2012-07-26 19:31수정 2012-07-27 10:43

김이택 논설위원
김이택 논설위원
어렵던 시절 사별한 부인 차용애씨 얘기를 이어가던 디제이의 눈가에 슬며시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이 눈물 한 방울이 150만표를 움직였다. 1997년 8월5일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출연한 문화방송 아침프로 <임성훈입니다>는 동시간대 최고인 21.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뒤 1주일 사이 여성 지지율이 8.2%나 뛰어오르는 기적을 연출했다. 과격·용공 딱지를 떼어내는 구실을 톡톡히 했고 한때 흔들리던 지지도도 상승세를 탔다.

안철수의 에스비에스 <힐링캠프> 출연을 계기로 예능정치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일방적인 홍보라는 비판도 많지만 욕만 먹던 정치인들에게 자신의 진면목을 알리고 잘못 알려진 걸 바로잡을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지난 1월 같은 프로에 출연한 문재인은 학생운동으로 수감됐을 때 달았던 ‘수인번호표’를 갖고 나와 파란의 연애담과 함께 눈물샘을 자극했다. 특전사 시절 회고에다 ‘벽돌격파’ 시범까지 보이며 보수층을 겨냥했다. 안철수는 이미 2009년 <무릎팍도사> 출연으로 젊은층과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하는 멘토로 혜성같이 등장해 단숨에 정치지도자 반열에 올라섰다.

예능프로의 감성 자극 효과가 만만찮으니, 출연 기회가 봉쇄된 야권 정치인들이 불공평을 호소하는 건 이해할 만하다. 그렇지만 홍보본부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사람들이 안철수 출연에 시비를 거는 건 논리가 옹색하다. 시간은 좀 지났지만 이미 박근혜는 1월에 출연해 12.2%의 시청률로 재미를 좀 봤다. 새누리당의 그런 반응은 ‘힐링’ 약발이 떨어진 탓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혹시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나는 힐링캠프의 ‘박근혜’와 새누리당 오너 ‘박근혜’ 사이의 괴리가 부담스러웠던 건 아닐까.

국밥을 먹으며 “호떡과 떡볶이, 순대를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즐긴다”던 그는 ‘귀족’ ‘공주’가 아니라 소탈한 ‘서민’의 이웃으로 나타났다. 거북이의 ‘빙고’를 불러젖히고, 수줍은 듯 고개를 파묻고 웃던 ‘그녀’와 노회하게 리모컨정치를 구사하는 요즘의 정치 9단 ‘그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안철수 박근혜
안철수 박근혜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란 이름표 역시 최근 국회가 돌아가는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국회 원구성이 급할 때는 야당에 이것저것 다 약속해놓고 국회가 문을 열고 나니까 줄줄이 깨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곡동 사저 특검을 약속해놓고 이제 와서 김대중·노무현 사저까지 포함시키자는 요구는 황당하다. 언론청문회는커녕 방문진 이사들의 연임 시도로 김재철 사장마저 그냥 내버려두려는 분위기라니. 문제투성이 현병철·김병화를 고집하는 게 엠비정권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라는데, 원칙도 그때그때 다른 건지 시청자들도 헷갈리지나 않을지.

노무현이 삼성연구소에서 만들어준 ‘2만달러’ 구호를 내세우고 대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결국 한-미 에프티에이를 밀어붙일 것이라고 예상한 지지자는 별로 없다. 이명박의 경우는 아예 대놓고 사기를 친 거나 마찬가지다. 애초부터 되지도 않을 747공약에다, 행정복합도시 이행 등 지킬 생각도 없이 던져놓은 공약이 한둘이 아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줄푸세’ 공약을 외치던 박근혜가 2009년 9월 처음 들고나온 복지국가를 얼마나 몸에 익혔을까. 아버지가 일찍이 복지국가를 꿈꿨다니 무지의 소치인지 몰라도 처음 들어보는 얘기다.

벌써부터 이런 식이면 곧 엠비를 닮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여론조사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이미 사람들이 그의 맨얼굴을 알아본 때문은 아닐까.

시청자들이여, 그러니 힐링캠프를 즐기되 속지는 말지어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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