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스포츠부 기자
요즘 즐겨 보는 프로그램은 티브이엔(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 시즌 2>(코갓탤)다. 일반 사람들이 나와 춤, 노래, 마술 등 다양한 재능을 겨룬다. ‘코갓탤’을 통해 비보이, 팝핀, 라킹 등 몰랐던 골목춤(스트리트댄스)의 영역을 새롭게 경험하고 있다. 몸치여서 그런지 춤꾼들이 만들어내는 몸짓에 연신 탄성이 나온다. 지난 주말 진행된 세미파이널에서는 이변이 많았다. 특히 ‘죽음의 조’로 불린 두번째 생방송 조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사전에 예상했던 1, 2위 순위가 완전히 빗나갔다. 비보잉을 넘어 독창적 퍼포먼스를 보여준 애니메이션 크루가 팬 투표를 통해 1위가 됐다. 심사위원인 장진 영화감독은 “3위의 반란”이라고 했다.
상반기 가요계를 휩쓴 버스커버스커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3>(슈스케) 출신이다.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은 고 김광석을 연상케 하는 음악으로 청량감을 준다. 애초 톱10에 들지 못했지만 예리밴드가 자진하차하며 패자부활전을 거쳐 생방송 진출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당당히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패자부활전이 없었다면?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그들의 음악은 길거리 공연에서만 울려 퍼졌을지도 모른다.
올림픽은 브라운관에서 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놓은 ‘코갓탤’이자 ‘슈스케’다. 심사위원 평가와 팬 투표가 없다는 점만 다르다. 올림픽은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최고의 무대에 오를 자격을 따내고, 최고가 될 기회를 부여받는다. 당일 컨디션이나 대진 운이 순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비슷하다. 경연 무대나 경기장 안에서 보여주는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점 또한 같다.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역도에서 이배영은 바벨을 들어올리는 찰나 다리에 쥐가 나 앞으로 고꾸라졌다.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바벨을 손에서 놓지 않는 투혼을 보였다. 그를 더욱 근사하게 만든 것은 실패와 좌절의 순간에도 잃지 않은 환한 미소였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는 그레그 루게이니스(미국)가 사람들의 마음을 훔쳤다. 다이빙 종목에 출전한 그는, 예선 9차 시기 연기 도중 스프링보드에 머리를 찧고 물 안으로 떨어졌다. 그는 약물 규정 때문에 마취제를 쓰지 않고 임시로 머리를 꿰맨 뒤 다시 스프링보드에 서서 10차 시기를 마쳤다. 그는 결선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우승 후보들의 뻔한 1위보다는 전혀 예상치 못한 복병의 출현에 더욱 열광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2000 시드니올림픽 그레코로만 레슬링 슈퍼헤비급에서 룰런 가드너(미국)는 ‘정복자’ 알렉산드르 카렐린을 결승에서 꺾었다. 가드너는 미국 대학 레슬링 대회에서조차 4위에 그쳤던 생초짜였고, 카렐린은 국제대회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올림픽 4연패를 노리던 황제였다.
2인자의 반란이나 패자부활도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유승민은 2004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준결승전에서 세계 1위 얀오베 발드네르(스웨덴)를 꺾고 결승전에서 왕하오(중국)마저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올림픽 전까지 유승민은 왕하오에게 6전 전패를 당하고 있었다. 올해는 자메이카 육상의 2인자 요한 블레이크와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한테 가렸던 라이언 록티가 ‘반란’을 꿈꾸고 있다.
라킹 댄스로 세계 1인자에 오른 ‘코갓탤’의 한 참가자는 말했다. “해외에 나가면 1등의 대우를 받지만 국내로 돌아오면 늘 배고프고 힘들었다”고. 올림픽 기간에만 관심을 받는 비주류 스포츠인들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무대가 끝이 나도 기억되고 싶은 것. 그것이 올림픽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장 닮은 점일 것이다. 런던올림픽은 4320분(3일) 후 공개된다.
김양희 스포츠부 기자 whizzer4@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안철수, 망가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말해”
■ ‘박근혜 대세론’과 ‘안철수 현상’…절박한 민주당 끝장난 것인가
■ 성폭행범에 ‘10년간 나이트클럽 금지’
■ 우리 아이 변비, 무심코 방치했다간 ‘성장 부진’
■ [화보] ‘생각에 빠진’ 의원님들, 설마 자는 건 아니겠지?
■ “안철수, 망가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말해”
■ ‘박근혜 대세론’과 ‘안철수 현상’…절박한 민주당 끝장난 것인가
■ 성폭행범에 ‘10년간 나이트클럽 금지’
■ 우리 아이 변비, 무심코 방치했다간 ‘성장 부진’
■ [화보] ‘생각에 빠진’ 의원님들, 설마 자는 건 아니겠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