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노부유키 등 일본인 2명이 서울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적힌 말뚝을 묶어놓고 동상을 모독한 때가 지난달 19일이다. 스즈키는 일본으로 돌아가서도 블로그에 말뚝 4개를 추가로 한국에 들여보냈다는 둥, 말뚝을 판매한다는 둥 만용을 계속했다.
한국에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스즈키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법무부에 입국 금지 신청을 내 받아들여졌다. 트럭 운전사 김창근씨는 지난 9일 트럭을 몰고 일본대사관으로 돌진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본때를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독립유공자협회 회원 등은 구속된 김씨를 찾아가 “의로운 시민의 용감한 행동”이라며 격려했다.
스즈키의 소동을 노이즈 마케팅 정도로 치부하던 한국 정부는 그사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몰래 추진했다. 위안부 문제는 제쳐놓고 일본과 군사협력의 길을 서두르다 결국 철퇴를 맞았다. 스즈키의 망동에 직접 맞선 이들은 노령의 위안부 할머니들, 그리고 62살의 김창근씨였다.
공교롭게도 백범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를 찾아내 살해한 박기서씨도 버스 운전사였다. 박씨가 ‘정의봉’이란 몽둥이로 안두희를 단죄한 것은 1996년 10월이다. 앞서 1987년 숨어 살던 안두희를 찾아내 암살 배후를 밝히라며 각목을 휘둘렀던 권중희씨 역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스즈키의 망동이 침략적 민족주의에 기반한다면 김창근의 행동은 자기보호적 민족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의 행동은 모두 편협한 민족주의에서 비롯된 돌출행동이라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독립유공자단체들이 ‘의인’으로 치켜세운 김씨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미친개는 몽둥이로 다스리라’는 선조들의 말을 실천하는 건 장삼이사들의 몫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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