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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이해찬·박지원, 이번 국회에 정치생명 걸어라 / 김이택

등록 2012-06-14 18:49

김이택 논설위원
김이택 논설위원
정치 9단쯤 되면 승부에 정치생명을 걸어야 할 때를 안다. 디제이는 평민당 총재 시절인 1990년 10월8일부터 13일간 감옥에서도 하지 않던 단식을 감행했다. 지방자치를 관철하지 못하면 말단 행정조직의 관권선거 때문에 대선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결국 지방선거가 1991년부터 순차적으로 실시됐고 행정조직이 선거에 끼어드는 일은 대폭 줄었다. 92년 대선에선 졌지만 5년 뒤 승리하는 데 발판이 됐다.

민주화 이후 관권선거가 줄긴 했지만 다가올 대선은 조용히 치러질 것 같지 않다. 우선 검찰의 움직임이 수상쩍다. 그간의 권력형 비리사건 처리 결과가 보여주듯이 정치적 편향성이 거의 막가파 수준이라 언제 무슨 일을 꾸밀지 알 수가 없다.

민간인 사찰 사건은 그 예고편이다. 엠비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철저히 비켜간 것도 그렇지만, 이전 정권에서도 현 정권처럼 상시적인 불법사찰이 있었던 것처럼 덤터기를 씌운 것은 의도적인 왜곡이다. 발표문에는 “(과거 정부의) 총리실 조사심의관실도 공직윤리지원관실과 유사하게 정치인, 순수민간인 등에 대한 동향 및 비위를 파악,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례까지 적었지만 자세히 읽어보니 대부분 공직자 비위와 관련이 있는 내용들이었다. 그래 놓고 청와대 인사가 언론사에 전화해 “과거 정부의 직권남용 사례가 발표될 테니 현 정부 사례와 비슷하게 다뤄달라”고 부탁했다니, 검찰이 뒤에서 뭔 짓을 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청와대 주문에 검찰이 놀아났거나 서로 짜고 이 대목을 집어넣었을 테니 검사들은 결국 청와대 언론공작의 하수인 노릇을 한 셈이다.

이런 검찰이 과거 정권이나 야당에 대해선 조그만 틈만 보여도 물어뜯을 기세다. 노건평씨 수백억원대 계좌설 소동은 그 과정에서 불거진 헛발질이다. 검찰이 통합진보당 당사에서 압수한 당원명부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와중에 어제는 이석기 의원이 운영하던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대선까지 무슨 시빗거리를 더 찾아낼지 알 수가 없다.

문화방송 파업이 오늘로 138일째를 맞는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언론장악 청문회를 요구하며 18일째 단식중이다. 엠비가 낙하산 사장, 특보 사장을 동원해 관철한 ‘방송장악’의 결과는 지난 총선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총선 직전까지 연일 틀어댄 ‘김용민 막말’은 충청·강원의 중도층 민심을 뒤집어 놓았다. 통합진보당 사태에 편승해 한차례 종북 캠페인을 몰아붙인 수구보수언론은 이른바 엔엘(민족해방) 운동권을 싸잡아 ‘범주사파’로 이름붙이며 교묘한 말장난을 시작했다.

아마도 검찰과 언론이 합작해 이석기·김재연에다 방북중인 노수희까지 등장시킨 종북드라마를 선거전 내내 질리도록 틀어댈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판 자체를 혐오대상으로 만들어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건 이들의 고전적 수법이니까.

여야는 지금 국회 원구성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상임위원장 배분보다 언론장악 청문회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데 여당은 절대 못 받겠다는 태도라고 한다. 여야가 뒤바뀌어 여당이 원구성을 서두르지 않겠다며 배 째라고 버티는 형국이다. 이 사안의 중요성을 간파한 까닭이다.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모두 디제이에게 정치를 배웠다. 9단은 못 돼도 7~8단은 되는 사람들이다. 대선 준비는 후보 진영에서 하더라도 후보들이 예선과 본선에서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검찰과 언론을 중립에 묶어둘 책임은 두 사람에게 있다. 언론장악 청문회로 공정보도를 보장하고, 검찰청문회로 검찰을 개혁하는 일이 바로 두 사람이 정치생명을 걸어야 할 승부처가 아닐까.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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