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논설위원
대통령의 퇴임 뒤 안위 문제는
정치적 흥정이나 밀약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치적 흥정이나 밀약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대선을 앞두고 현직 대통령의 ‘퇴임 후 보장’ 문제가 정치권의 관심사가 된 적이 많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백담사행이 단초다. 노태우 대통령의 퇴임을 앞둔 1992년 대선 때는 물론이고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1997년에도 어김없이 이 문제가 화젯거리가 됐다.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게 오히려 퇴임 뒤 대통령의 안전 보장 측면에서는 유리할 것이라는 둥, 어떤 후보는 성격상 전임자를 절대로 그냥 봐주고 넘어가지 않으리라는 둥 정치권에서는 입방아가 무성했다.
한동안 뜸하던 이 문제가 대선을 앞두고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만큼 이명박 대통령이 약점투성이라는 얘기다. 퇴임도 하기 전부터 그는 이미 온갖 구설과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다. 박근혜 의원의 측근인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신축 문제가 불거졌을 때 “철옹성 같은 사저를 지어 놓는다고 해서 국회가 발부한 청문회 출석통지서나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도달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는 신랄한 멘트를 날린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표적수사를 받고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지 3년, 세월은 흘러 이제 이 대통령의 ‘죄와 벌’ 시즌이 가까워진 것이다.
흔히 대통령은 다음 대통령을 만들 힘은 없어도 안 되게 할 힘은 있다고들 말한다. 그런 점에서 현직 대통령의 대선 국면 정치 행보와 관련해 지나칠 수 없는 관찰 포인트의 하나가 바로 퇴임 뒤 안위에 대한 고려다. 1997년 대선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배석자 없이 김대중 후보를 만나 선거 과정에서 절대중립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이강래 지음 <12월19일 정권교체의 첫날>) 이회창 후보와의 미묘한 관계, 디제이의 당선 가능성 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여권의 절대 강자가 존재하는 지금의 상황은 대통령의 엄정중립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미래 운명을 맡겨야 할지 모를 후보를 측면지원함으로써 호의를 구하는 방식이다. 그럴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전직 대통령의 퇴임 뒤 안위 문제는 결코 정치적 흥정이나 밀약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치적 외부 변수에 따라 없는 죄가 억지로 만들어져서도 안 되고, 반대로 있는 죄가 그냥 덮어져서도 안 된다.
개인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사건이 있고 난 뒤부터 줄곧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다. 우리 정치의 비극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전직 대통령 수사는 안 하는 것이 옳은가. 그러니 이 대통령의 웬만한 허물은 눈감고 넘어가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인가.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상황은 그럴 단계를 지나버린 듯하다. 비비케이 사건, 내곡동 사저 터 구입 의혹, 불법 민간인 사찰 등 이 대통령과 관련돼 진실 규명을 기다리는 사건이 수북이 쌓여 있다. 파이시티 인허가 의혹이나 대선자금 모금 과정의 비리 의혹 등까지 합하면 대상은 더 늘어난다. 이 대통령 재임중 이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하기는 이미 글렀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에 대한 조사 문제는 대선 과정에서 정치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어느 날 갑자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것은 본인뿐 아니라 나라에도 불행이다. 수사의 주체, 시기와 방법, 언론보도 준칙 등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그나마 국가적 에너지를 덜 낭비하고 분열과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검찰과 언론의 하이에나 속성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 문제에 관해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두말할 나위 없이 박근혜 의원이다. 박 의원에게 이 사안은 뜨거운 감자임이 틀림없다. 이 대통령과 차별화는 하되 일정 선을 넘어 갈등을 빚는 것은 대선 전략상 좋지 않다고 여길 게 분명하다. 현실적으로 선거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측면지원도 원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만큼은 정도를 걸었으면 한다. 그것은 그의 대통령 자질을 판가름하는 하나의 척도도 될 것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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