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저서 <가족, 사유재산 및 국가의 기원>에서 부르주아 사회에서의 결혼은 당사자의 계급적 처지에 의해 조건 지어진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일부일처제는 부를 한 사람, 그것도 한 남자에게 집적한 결과라고도 했다. 엥겔스는 실제로 부르주아 결혼 제도를 거부했다. 아일랜드 노동자 계급 출신의 여인과 20여년 동안 동거했고, 그가 죽자 그 여동생과 다시 15년을 살았다.
새로 프랑스 대통령에 취임한 프랑수아 올랑드는 “결혼은 부르주아적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그는 언론인 발레리 트리어벨레와 2007년부터 동거중이다. 프랑스에선 이들 부부와 같은 이른바 비혼 커플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급증 추세에 있는 것이 시민결합(civil union)이다.
시민결합은 결혼과 동거의 중간에 해당한다. 두 사람이 법원에 가서 시민연대계약(civil solidarity pact)을 작성하면 끝이다. 상속·주거·세제 등에서 결혼과 동등한 혜택을 받는다. 한쪽 또는 양쪽이 법원에 계약이 끝났다는 통보만 하면 결별이 성립된다. 정식 결혼의 경우 3쌍 중 1쌍이, 시민결합은 10쌍 중 1쌍만이 결별한다. 2008년 시민결합 건수가 14만건이었는데, 대략 정식 결혼 건수와 맞먹는다. 올랑드 대통령 부부는 사실혼 관계일 뿐 시민결합 커플은 아니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2004년 작고 직전 <르몽드> 인터뷰에서 “출산과 절개에 대한 맹세를 동반하는 결혼의 모호함이나 종교적 위선을 제거하고, 강제되지 않은 여럿 사이의 정제되고 유연한 규약인 시민결합으로 대체하자”고 주장했다. 엥겔스는 생산수단이 사회화되면 일부일처제는 소멸하기는커녕 남녀의 자유로운 결합을 통해 더욱 완전하게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시민결합이란 제도가 이제는 빛바랜 엥겔스의 예언을 되살릴 수 있을까?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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