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택 논설위원
지금 가장 절박한 현장의 하나가
방송가다. 시민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편파방송은 대선까지 그대로 간다
방송가다. 시민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편파방송은 대선까지 그대로 간다
권영세 후보는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놓는다. 박선규 후보 역시 “나중에 얘기할게”라며 차문을 쾅 닫아버린다. 김종훈 후보는 “질문이 뭐였죠?”라며 동문서답이다. “언론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졌으면 좋겠다”던 정두언 후보도 낙하산 사장에 대한 질문에는 “나중에 얘기하자”며 자전거를 타고 사라진다.
“정치권이 갖고 있는 권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신경민 후보나 “중립적 인사가 뽑힐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청래 후보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동영상을 보는 내내 착잡한 감정을 떨칠 수 없는 건 아무래도 총선 후유증 탓일 게다.
파업중인 한국방송(KBS) 기자들이 총선 이틀 전 만든 <리셋 케이비에스(KBS) 뉴스9>의 장면 속에서도 인터뷰를 하겠다고 뛰어다니는 젊은 기자들의 안쓰러운 뒷모습이 유난히 눈에 밟힌다.
오늘로 문화방송 82일, 한국방송 46일, 연합뉴스 37일, 국민일보가 120일째 파업중이다. 주말파업을 이어가는 와이티엔도 벌써 7주째다. 방송사들의 장기 연대파업은 박정희·전두환 시절에도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여의도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두차례 공정방송 쟁취 콘서트도 열렸다. 이처럼 오랫동안 그렇게 많은 인원이 불이익을 각오하고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건 그만큼 편파방송의 정도가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는 뜻이다. 문화방송 구성원들은 31명(현 사장 체제에서 102명)이 해고 등 징계를 받고, 최고 1억6000여만원의 가압류까지 당하는 탄압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고 있다. 총선이 끝나기 무섭게 농성천막이 강제철거당한 뒤에도 한국방송 조합원들은 어제 새벽 <리셋 케이비에스 뉴스9>를 두 편이나 올렸다.
이들이 파업을 풀지 못하는 건 낙하산 사장들이 ‘큰손’을 믿고 버티기 때문이다. 자신을 임명해준 이명박 대통령뿐 아니라 차기 권력의 눈에도 들어보겠다는 심산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막갈 수는 없을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책임이 더 큰 이유다. 새누리당 인사들이 이 문제만 나오면 일제히 입을 닫는 것도 다 “파업은 왜” 하느냐고 했다는 그의 속내를 간파한 때문이리라. 그가 정말로 홍사덕 의원처럼 “디제이·노무현 때도 똑같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리라고 믿고 싶다.
현 정부 들어 방송의 편파보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번 총선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한국방송이 김용민 막말과 문대성 표절 논란을 얼마나 편파적으로 처리했는지는 <리셋 케이비에스 뉴스9>(http://kbsunion.iblug.com/index.jsp)를 보면 잘 나와 있다. ‘막말’ 때문에 수도권 10여곳에서 당락이 바뀌었다는 여야의 평가는 한국방송·문화방송이 그만큼 발벗고 편파보도에 뛰어들었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박 위원장이 이 문제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 최소한 연말 대선까지 엠비가 만들어놓은 방송장악 구도에 얹혀서 단물을 빨겠다는 뜻이리라. 그럴 수도 없겠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명백한 반칙이요 불공정 선거다.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이 엊그제 파업 노조를 잇달아 방문했지만 힘에 부쳐 보인다.
한진중공업 김진숙씨가 타워크레인에 오른 지 5개월5일 만에 첫 희망버스가 부산 영도에 내려갔다. 이후 5차례의 희망버스 원정으로 결국 이겼다. 지금 가장 절박한 현장의 하나가 방송가다. 시민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편파방송은 대선까지 그대로 간다. 한국방송 노조는 지난 월요일부터 매일 저녁 7시 본관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문화방송은 곧 노숙투쟁을 벌인다고 한다. 이들에게 희망버스가 절실하다. 아니면 한강 둔치에 희망텐트라도 쳐야 하지 않을까.
김이택 논설위원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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