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준 국제부 기자
“왜 이스라엘의
착한 소년소녀들이
군대에 가면
괴물로 변할까”
착한 소년소녀들이
군대에 가면
괴물로 변할까”
최근 인터넷 유튜브가 한 동영상으로 들끓었다. 2분16초 분량의 동영상엔 이스라엘 장교가 M16 소총으로 백인 남자의 얼굴을 가격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덴마크 젊은이는 고개가 뒤로 꺾이며 쓰러졌다. 문제의 동영상이 텔레비전 방송 전파를 타면서 이스라엘 정치권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덴마크 정부는 15일 이스라엘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전한 사건은 이렇다. 지난 14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도시 예리코 북부의 이스라엘군 검문소 앞에서 팔레스타인 주민과 이들을 지지하는 외국인 평화활동가 250여명이 평화적인 자전거 행진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봉쇄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웰컴 투 팔레스타인’ 행사 참가자들이었다. 이스라엘군이 이들을 강제해산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위 사례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폭력의 극히 일부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2008년 가자지구 침공, 1980~90년대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 진압 때 가공할 폭력을 휘둘렀다.
“왜 이스라엘의 착한 소년소녀들이 군대에 가면 괴물로 변할까, 이유가 궁금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의 누리트 펠레드엘하난 교수가 지난달 <이스라엘 교과서 속의 팔레스타인: 교육에서의 이데올로기와 선전>이라는 책의 출간을 앞두고 어느 아랍권 신문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스라엘 어린이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직접 볼 기회가 없어 교과서로 배우는 게 전부다.” 그런데 그게 왜곡투성이였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테러리즘과 관련해서만 교과서에 등장했다. 아랍인들은 근대화를 거부하는 미개하고 배타적이며 비정상적인 종족으로 묘사된다. 펠레드엘하난은 1997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자살폭탄 테러로 당시 14살 딸을 잃은 엄마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온통 적대적인 아랍국가에 둘러싸였다고 항변한다. 그 안보 중압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주민들도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포위되고 분리장벽 안에 유폐된 채 일상적인 배제와 차별, 모욕과 핍박 속에 살아간다. 팔레스타인이 느끼는 분노의 크기, 슬픔의 깊이, 절망의 암연은 이스라엘에 견줄 바가 아니다.
강자의 옹졸함은 신경질적이고 과도한 폭력으로 표출되기 십상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본질은 종교 갈등이나 선악의 대결, 테러와의 전쟁 따위가 아니다. 20세기 초 강대국들이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국가 건설을 지원하면서 한정된 영토에서 갑자기 공존하게 된 두 집단의 처절한 생존투쟁이다. 한쪽은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핵무장 국가다. 다른 한쪽은 고립과 빈곤에 시달리며 조악한 무기로 저항하는 나라 없는 민족이다.
올해 초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내외신 기자 조찬간담회를 열었다. 이스라엘의 안보전략 싱크탱크인 베사연구소(BESA센터)의 학자 3명이 참석했다. 화제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집중됐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단순명쾌했다. “누가 핵무기를 보유하느냐가 중요하다. ‘굿 가이’는 이웃을 위협하지 않는다. 이란·북한과 같은 ‘배드 가이’들의 핵무장은 안 된다.” “이란의 핵무장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보다 더 위험하다.” 간담회를 마칠 즈음 한 학자의 농담(?) 섞인 구호가 섬뜩했다. “레츠 고 투 워!”(전쟁으로 가자!)
탈무드를 배우는 이스라엘 어린이도, 이스라엘군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는 팔레스타인 소년도, 히잡을 쓸 나이가 되지 않은 이란의 소녀도, 예쁘고 투명한 눈동자를 가졌다. 그들이 커서도 맑고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면 좋겠다. 불신과 적개심을 부추기는 건 이들에 대한 죄악이다.
조일준 국제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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