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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욕설의 정치학 / 고명섭

등록 2012-04-10 19:22

자크 에베르(1757~94)는 프랑스혁명 때 급진 공화파를 이끌었던 혁명가이자 언론인이다. 에베르의 지지기반은 상퀼로트들, 다시 말해 귀족의 퀼로트 바지가 아니라 육체노동용 통바지를 입는 중하층 시민이었다. 에베르는 이 상퀼로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고, 이들의 봉기를 조직해 혁명의 진로를 열었다. 그는 혁명 지도자들의 타협주의를 용인하지 않았다. 에베르의 비판은 청렴의 화신이자 혁명의 상징과도 같았던 로베스피에르조차 떨게 만들었다. 그의 무기는 글이었다. 1789년 혁명이 일어나자 그는 ‘뒤셴 영감’(페르 뒤셴)이라는 필명으로 저널리즘 활동을 시작했다. 뒤셴 영감은 이 시기에 여러 풍자극에 등장해 민중의 대변자 노릇을 하는 인물이었는데, 에베르는 이 인물의 가면을 쓰고서 신랄하고 불경스러운 정치평론을 썼다. 1790년에는 아예 <페르 뒤셴>이라는 신문을 창간해 귀족과 성직자를 공격하고 루이 16세의 반혁명 행위를 고발했다. 입헌군주파가 주도하던 혁명 1기를 청산하고 공화파가 이끄는 혁명 2기를 여는 데 그의 활동이 주효했음은 물론이다. 에베르의 신문은 점잖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언제나 파리 밑바닥 사람들이 쓰는 욕설로 논설의 첫 문장을 시작했다. 왜 이런 비어를 쓴 것일까. 문예비평가 롤랑 바르트는 <글쓰기의 영도>에서 이렇게 해설한다. “이런 거친 말들은 주의를 환기시켰다. 무엇에 대한 주의인가? 혁명 상황 전체에 대한 주의다.” 욕설로 시작하는 글쓰기 형식 자체가 반혁명 세력에 대한 대결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다. 에베르의 저널리즘은 욕설을 혁명적 글쓰기 형식으로까지 끌어올렸다.

김용민 막말 사태로 선거판이 어지러웠다. 수구보수세력이 그걸 건수로 삼아 선거의 진짜 이슈를 파묻고 정권의 불법행위를 가리려 한 상황이야말로 에베르식 욕설이 정치언어로 유통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욕하고 싶은 현실을 표로 심판하는 날이 오늘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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